제주 녹지국제병원이 개원을 눈앞에 두고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17일 제주도에 따르면 중국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진료대상자를 외국인으로만 한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지난 14일 제주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5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다는 조건을 달아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영리병원을 반대했던 시민·노동단체들은 제주도의 허가 조건이 뒤집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법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도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외국인 전용병원을 허가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녹지그룹의 소송 가능성도 예견됐었다. 녹지국제병원측은 제주도가 조건부 개설을 허가한다는 발표를 한 직후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행정처분에 대해 법률절차에 따른 대응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소송전을 시사했다.

제주도는 녹지그룹 소송에 총력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주도는 이날 “외국인 의료기관에 대한 내국인 진료제한은 의료공공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지켜 내야 할 마지노선”이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원칙을 지켜 내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소송과 관련해 전담팀을 구성해 여러 상황에 대응하고 '외국 의료기관에서의 내국인 진료제한' 내용이 명시된 제주특별법 개정안(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안) 국회 통과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관련 법률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내·외부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왔다는 사실도 전했다.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제한 근거로 보건복지부 유권해석과 녹지그룹의 사업계획서 내용을 제시했다. 지난해 1월 복지부는 ‘허가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내국인 진료를 하지 않는다면 의료법 15조1항을 위반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했다. 2015년 12월 복지부가 승인한 사업계획서에는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성형미용·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의료기관’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시민·노동단체들은 "영리병원 허가 철회만이 해답"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영리병원 철회와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범국본은) 이미 녹지그룹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누차 밝혔다”며 “이제 와서 의료공공성 확보를 위해 소송에 총력대응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고 제주도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녹지국제병원 개원 시한은 다음달 4일까지다. 의료법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은 허가 90일 이내에 문을 열지 않으면 사업허가가 취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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