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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컨베이어벨트 병원에서도 돌아간다

기사승인 2019.02.18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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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선욱·서지윤 간호사 추모집회 … "죽음 헛되지 않게 만들고 싶어"

   
▲ 박선욱 공동대책위와 서지윤 시민대책위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청계천광장에서 공동 추모집회를 개최했다.<제정남 기자>
“죽음의 컨베이어벨트는 태안 화력발전소뿐 아니라 병원에서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착취당하고 인권을 갉아먹히는 간호사들로 인해 오늘도 병원은 운영됩니다.”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엄지씨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고인의 1주기 추모집회에서 단상에 오른 그는 "간호사들은 죽고 있지만 병원은 변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사람 태워 돈 버는 병원이 노동자 죽여"

박선욱 공동대책위와 서울의료원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청계천광장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 1주기와 고 서지윤 간호사 추모집회를 함께 열었다. 간호사·예비간호사 100여명이 집회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의사와 예비의사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병원이 사람을 연료로 태워서 돈을 버는 과정에 두 간호사가 죽음을 맞이했다"고 주장했다. 남은 부모들은 자녀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해 죽음에 이르게 됐다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다. 자녀가 남긴 과제를 풀고 싶다는 마음도 같았다.

박선욱 간호사 어머니는 딸이 숨진 지 1년 만에 비통한 심정을 공동대책위측에 털어놨다. 그는 "내 딸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몰랐던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병원측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면 그제야 내 딸이 아프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서지윤 간호사의 어머니는 추모집회에 참석해 "힘들다고 토로할 때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하다"며 "안타까운 죽음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진실을 제대로 밝혀 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어미에게 주어진 마지막 숙제"라고 말했다.

유가족들 "자녀 아픔 몰라 미안해"

박선욱 간호사 유가족은 고인이 숨진 지 5개월이나 흐른 지난해 7월에야 사망신고를 했다. 같은해 8월 근로복지공단에 '고인의 죽음은 업무상재해'라며 산업재해 승인을 신청했다. 박선욱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죽음을 부인하고 싶었던 가족, 현대아산병원의 사과를 받으려 했으나 끝내 이뤄지지 않아 뒤늦게 장례를 치렀다"며 "현대아산병원은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 자기들에게 있다는 것을 여전히 부인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료원에서 일한 고 서지윤 간호사 죽음과 관련한 진상규명은 첫걸음을 뗐다. 최근 서울시와 유족이 만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추모집회 참가자들은 병원 운영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노동자의 죽음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람을, 간호사를, 환자를 1회용 연료로 여기고 태워서 돈을 벌고 있는 병원 구조 속에서는 그 어떤 간호사도 안전하지 않다"며 "우리의 인권을 지키고 병원이 사람을 살리는 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결의했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던 고 박선욱 간호사는 태움 문화와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지난해 설연휴 첫날인 2월15일 목숨을 끊었다.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이다. 고인이 숨진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5일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던 서지윤 간호사 사망 소식이 알려졌다. 5년 넘도록 서울의료원에서 일한 고인은 지난해 12월18일 행정부서로 발령이 난 뒤 보름여 만에 생을 등졌다. 병원사람들의 조문은 받지 말라는 유언을 남겨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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