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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포괄임금제 남용 제한’ 의지 잃었나] “노동시간 산정 어려움 예외적 인정” 법원 판례와 '따로 노는' 현장

기사승인 2019.03.15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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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연구원, 포괄임금제 활용 사업장 실태조사 결과 … 노동부 2017년 초안 마련하고도 또 발표 연기?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포괄임금제 남용을 제한하겠다며 가이드라인(지도지침) 마련을 약속했던 정부가 감감무소식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또다시 '보완작업'을 이유로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채 발표를 연기했다. 노동부가 애초 지침 발표를 약속했던 2017년 10월로부터 1년5개월이 지나는 동안 현장에서는 계산상 편의·초과근로 예정 등 근로기준법의 원칙과 법원 판례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포괄임금제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노동부 의뢰로 실시한 포괄임금 활용 사업장 실태조사를 보면 근로시간 산정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음에도 편의를 이유로 포괄임금제가 남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포괄임금 활용 사업장 근로시간 산정 불가능하지 않아”

이정미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부가 노동연구원에 의뢰한 포괄임금제 활용 사업장 실태조사 결과에서 사업장 상당수가 노동시간 산정이 물리적으로 불가능 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로 나타났다. 14일 <매일노동뉴스>가 연구원이 지난해 7월 내놓은 ‘포괄임금제 활용 사업장 실태조사 및 분석’을 확인했더니 조사 대상인 100인 이상 사업장 12곳은 “근로시간 산정의 어려움”과 “임금계산상의 편의”를 포괄임금제 실시 이유로 들었다. 조사대상 업종은 제조(3곳)·IT(3곳)·건설(2곳)·금융(3곳)·보건(1곳)이다.

2017년 연구원이 실시한 ‘근로시간 운용실태조사’에서도 기업들은 임금계산 편의(35%)·초과근로 예정(30.3%)·노동시간 산정의 어려움(22.5%)을 포괄임금제 도입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법원은 임금계산 편의나 초과근로 예정 같은 이유로 포괄임금제를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포괄임금제가 규정된 노동 관련 법률은 없다. 법원 판례와 노동부 행정해석에 의해 운영된다. 노동부는 행정해석에서 “포괄임금제란 근로계약 체결시 근로의 형태나 업무 성질상 법정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이 당연히 예정돼 있는 경우이거나 계산 편의를 위해 노사 당사자 간 약정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한 후 매월 일정액의 제 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법원은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포괄임금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포괄임금제를 활용하는 사업장들은 출퇴근시간 산정이 명확함에도 편의를 위해 제도를 도입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에만 포괄임금제가 허용될 수 있다는 판례 입장에 입각하면, 조사 대상 사업장에서 수행되는 업무의 상당수는 근로시간 산정이 물리적으로 불가능 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근로자측에서 초과근로시간이 포괄임금제에 약정된 근로시간을 초과했을 경우 차액정산이 이뤄진 사례가 없다는 응답이 대부분"이라며 "실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차액 지급을 둘러싼 법률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노사 의견 수렴한 지침, 안 내나 못 내나

정부는 2017년 10월 포괄임금제 지도지침 발표를 예고하고 노사 의견을 수렴한 초안을 마련했다. 당시 작성한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에서 노동부는 “임금과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핵심적 제도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며 “포괄임금제가 허용되는 예외적 사유를 명확히 해 포괄임금제의 편법적 남용을 방지하고 실근로시간에 상응하는 보상원칙이 확립되도록 현장을 적극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침에서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으면 명시적 합의가 있어도 무효”라는 원칙을 적시했다. 이어 △계산상 편의나 직원의 근무의욕 고취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되는 경우 △일반 사무직에 대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예외적인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반드시 개별 노동자의 명시적 합의를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노동부는 이 같은 지침 초안을 만들고도 1년5개월째 발표를 미루고 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한다던 정부가 노동자에게 유리하거나 필요한 정책· 공약은 유보·폐기하면서 재계 입맛에 맞는 정책들만 고집하고 있다”며 “장시간·저임금 노동을 고착화하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한 지침을 하루속히 발표하고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법정수당 산정방법을 편법적으로 운영하는 관행은 원칙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며 “2017년 마련한 초안보다 후퇴되는 안을 발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경선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포괄임금제 지침 마련과 관련해 “포괄임금제는 결국 근로시간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사업장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유형에 따른 근로시간 관리내용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침 초안을) 보완해 최대한 빨리 지침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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