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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 논의시한 지정, 어떻게 봐야 하나

기사승인 2019.03.2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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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제도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이달 말까지 합의하자고 노사에 제안했다. 노동계와 재계가 각각 제출한 단체교섭·단체행동 관련 제도개선안 중 이견이 적은 의제에서 의견을 모아 지난해 발표한 단결권 관련 공익위원안과 일괄 의결하자는 것이다. 공익위원들은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EU는 다음달 9일까지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결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전문가패널 절차에 들어간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3월 말 논의시한, 어떻게 봐야 할까.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

ILO 협약 미비준 상태, 부끄러운 일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

애초부터 기한을 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비등가적인 권리를 등가인 것처럼 논의하고 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린다든지, 파업 때 대체근로를 허용한다든지,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을 삭제한다든지 하는 요구와 단결권 보장 ILO 핵심협약 논의가 혼재돼 있는데 이것은 꾸러미로 갈 문제가 아니다.

ILO 핵심협약은 경사노위 논의와 상관없이 대통령이 먼저 비준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유엔 협약이 국내법에 저촉된다고 비준을 차일피일 미룬 적 없다. 자연권적인 기본권, 그것도 노사정이 공히 만든 유엔 산하 최고 권위의 기구가 인정하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본권을 비준하는 문제다.

일각에서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헌법(6조·60조)상 국회 동의 요건이 아니다. 국회는 파병이나 자유무역협정(FTA)처럼 국민 안전·재산·기본권을 침해하는 부분에 한해서 동의권을 가진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위헌적이지도, 국민 안전이나 재산권·기본권을 침해하지도 않는다. 경영권 얘길 하는데 헌법과 법률, 하다못해 법원 판례를 봐도 경영권은 권리로 볼 수 없다.

대통령이 그냥 비준하시면 된다. 노동기본권은 천부인권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비준하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하는 것이다. 오히려 비준 안 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 국내법 충돌 부분은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다. 이를테면 해고자 단결권 인정이 쟁점이 됐을 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법원에서 대립할 수 있다. 판결 이후에 국내법을 정리하면 된다. 국내법을 바꾸면서 갈 문제지, 충돌하기 때문에 비준조차 안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절 전후에 한국노총이든 노조를 방문해 비준 약속을 밝히고 6월 ILO 총회에 다녀오시면 좋겠다.
 

▲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ILO 협약 비준 논의, 균형 있고 공정해야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논의가 그동안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위원회에서는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1단계는 단결권 확대 관련 사항을, 2단계에서는 단체교섭·쟁의행위 관련 경영계 요구사안을 다루고, 3단계에서는 1단계와 2단계 논의사항을 병합해 협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까지 진행된 1단계 논의 후 공익위원들은 자체 합의사항을 공식 발표하고, 정부 자료에 인용되거나 의원입법안에 반영되는 등 마치 위원회 합의사항처럼 인식되도록 오도했다.

대체근로 허용·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등 경영계 요구사안을 다루기로 한 2단계 논의도 정상적이지 못했다. 1단계에서 논의된 것 외의 노동계 요구사항을 추가로 논의하도록 하는 등 경영계 요구사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8명 중 경영계 추천 공익위원 2명의 발제 초안이 대외적으로 유출돼 이들의 사퇴로 이어지게 하는 등 공정하지 못한 상황이 지속돼 왔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우리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다. 시한을 정해 놓고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유럽 국가와 달리 기업별노조가 실질적 근간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사관계 전반에 대한 균형 있고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대립적 노사관계를 협력적 노사관계로 바꾸고, 국가경쟁력을 높여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핵심협약 비준 논의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

ILO 협약 비준은 흥정과 거래 대상 아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

2019년은 ILO가 창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못한 노동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ILO 191개 회원국 중 결사의 자유에 관한 87호·98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20개국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미국과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1996년 OECD 가입 당시부터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줄기차게 약속했고, 지난 23년간 줄기차게 약속을 위반했다. 최근에는 통상마찰도 우려된다.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지연하자 유럽연합은 한·EU FTA 위반을 주장하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대한민국의 국격·신뢰와 직결된 문제다.

그러나 협약비준 주체인 정부는 노사 간 합의를 해야만 ILO 핵심협약을 비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발맞춰 경영계는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사업장 내 직장점거 금지 등 민원사항을 들어줘야만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오히려 노동권 후퇴로 이어질지 모르는 기막힌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ILO 핵심협약 비준은 원칙의 문제이지, 거래나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노동기본권은 보장돼야지, 정부나 경영계 주장처럼 바겐세일 대상이 아니다. 21세기 노동자들을 19세기 단결금지, 노동조합 혐오 법률로 묶어 놓고, 얼마만큼 풀어 줄지 합의하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21세기가 어렵다면 적어도 20세기 수준은 맞춰야 하고, 그 최소한이 조건 없는 신속한 ILO 핵심협약 비준이다.
 

▲ 김민석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노사가 합의해 달라, 적극 지원하겠다
김민석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노사정은 지난해 7월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최우선 논의과제로 하고,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를 23차례 개최했다. 다른 의제별위원회보다 두세 배 이상 집중적인 논의를 진행해 왔는데, 그만큼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과거 경험을 볼 때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은 노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합의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노사정 모두 노동기본권 신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세부의제에 대해서 노사가 중심이 돼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지난 18일 공익위원들의 기자간담회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노사정 위원 모두는 그동안 공익위원들이 ‘노사가 합의한다면 어떠한 의제에 대해서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던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ILO 핵심협약 논의는 우리 노사관계를 보다 공정하고 대등하게 바꿔 나가고, 국격에 맞도록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여건에 있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도록, 우리 노동현실을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 도출을 위해 노사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와 각별한 관심을 갖기를 기대한다.

사회적 대화와 노동관계법령 입법 과정은 어느 일방의 주장만을 반영할 수는 없다.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기보다는 서로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노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어렵지만 조금씩 우리 노사관계를 바꿔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루빨리 노사가 본격적인 협의에 나서 주시기를 촉구한다. 그동안 노사에 수차례 약속한 것처럼, 정부는 노사합의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
 

▲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경사노위, 핵심협약과 여타 노사관계 논의 분리해야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박수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장이 이달 말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제도개선에 대해 합의하자고 했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것은 ILO 핵심협약과 관계없다’고 선을 긋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핵심협약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해야지, 노사관계 전반으로 확장하지는 않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 결사의 자유에 관한 것으로 논의를 국한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노사정이 대화하고 있는 의제별위원회 이름 자체가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다. 반드시 ILO 핵심협약에 대해서만 다룰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협약비준에 관한 것과 노사관계 제도 전반에 대한 것을 나눠서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두 개를 어떻게 나눠서 논의할지 계획이 나오면 좋겠다. 그런 차원에서 공익위원들이 나름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영계 주장처럼 노동계 편을 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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