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지방자치단체·민간에서 노동인권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양적 증가가 질적 성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 주체는 다양화됐지만 교육 내용은 대개 법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일회성 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교육 대상별 주무부처가 달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범정부 차원의 지원시스템을 도입해 교육과 상담, 지원에서 분쟁해결까지 원스톱으로 노동인권 문제를 접근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 대상별 주무부처 달라 전문성 확보 어려워”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인권교육을 총괄하는 중앙기구가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 기관별로 교육을 하고 있다”며 “교육의 지속성 및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노동존중 사회 구현을 촉진하기 위한 노동인권교육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함께 주최했다.

이 교수가 노동인권교육을 하는 정부·지자체·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지난해 10월 현재 67개 기관(단체)에서 211개의 노동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 대상은 초기 청소년 위주에서 시민과 사업주로 확대됐지만 대상별로 주무부처가 달라 교육의 지속성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은 교육부, 학교 밖 청소년은 여성가족부, 학생이 아닌 미성년 노동자는 고용노동부, 지도관찰처분을 받은 청소년은 법무부가 노동인권교육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주무부처가 대상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관할과 그와 관련한 예산배분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대상이 다양화됐다고는 하지만 중소·영세 사업장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교수는 “중소·영세 사업장 미조직 노동자들과 사업주에 대한 노동인권교육이 시급하다”며 “중소·영세 사업장은 노동법제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에 사업주 대상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영세·자영업자 노동인권교육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노동의 가치뿐만 아니라 노동에 대한 사업주 의무를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자등록증을 발부할 때 온라인 노동인권교육을 이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욱 교수는 “노동인권교육과 상담, 지원부터 분쟁해결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영국 에이커스(ACAS)에 따르면 교육을 통한 분쟁 자율해결과 대규모 분쟁 예방 등의 효과를 감안하면 ACAS 예산 1파운드당 13파운드의 혜택이 국민경제에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교육 필요성 높은데 제도화 안 돼 있어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지난해 10~11월 전국 17개 시·도 325개 초·중·고등학교 재직교사를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 실태를 조사했더니 94.8%가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실제 교육을 실시한 비율은 58%에 그쳤다.

학교별 노동인권교육을 하는 배경(이유)을 살펴보면 초·중·일반고는 “교사 개인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해서”라는 답변(16.1%·27.8%·29.1%)이 적지 않았다. 특성화고는 “교육부·교육청 지침” 때문이라는 응답(69.6%)이 많았다. 현장 교사 71.5%가 노동인권교육을 위한 표준화된 교재가 없는 것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노동인권교육을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노동교육을 상시교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가칭 노동교육활성화위원회를 만들어 새로운 노동교육의 체계화 방향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관계자는 “노동부가 중심이 돼 다른 부처와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콘텐츠를 개발해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에는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한국고용노동교육원법 제정안과 김동철 의원이 발의한 노동교육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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