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둥글게 말린 컨베이어벨트에 탄가루 잔뜩 앉았다. 손바닥 자국이 찌글찌글 남았다. 사고 현장이다.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이라고 회사 사람은 강조했고 들어가기도 힘든 곳이라고, 몸 굽혀 현장 살피던 조사위원은 말했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함께 일했던 동료가 사지에서 증언했다. 그의 안전모엔 이제 멀끔한 헤드랜턴이 붙어 밝았다. 어두운 밤, 굉음을 내며 돌아가던 벨트는 생목숨을 삼키고서야 멈췄다. 주황색 안전 제일 벨트가 뒤늦게 그 앞을 막았다. 위험, 접근금지, 회전체 주의, 또 귀마개와 마스크와 보호구 착용을 알리는 온갖 안내문이 탄가루 덮어쓴 채 거기 많았다. 무고장 운전은 우리의 약속이라고 전광판에서 밝게 빛나던 문구가 또한 여기저기 많았다. 중앙관제실 벽에 깜빡거리던 수치는 운탄 벨트와 보일러와 터빈의 현재 상태를 소상히 알렸다. 거기 어딘가에 끼여 부서진 몸뚱아리의 상태를 살피는 항목은 없었다. 무고장 운전일수 목표치와 현재 달성일수를 알리는 전광판이 제일 위에서 밝았다. 발전소는 오버홀, 계획예방정비 공사 중이었다. 일정 주기마다 완전히 분해해서 점검한다. 갑작스러운 고장을 막기 위해서다. 죽음을 막기 위한 대수선 작업이 먼저다. 원죄 깊은 엄마가 호소하느라 여기저기서 바쁘다. 목이 쉰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