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혁·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합의안을 추인했다. 손학규 대표 사퇴 요구까지 나온 바른미래당은 표결 끝에 1표차로 여야 4당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4당은 25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 설치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한다.

여야 4당이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에 합의하고 당내 추인까지 마쳤지만 바른미래당 반대파 의원들과 자유한국당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소관 상임위원회 처리와 본회의 상정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표결·나머지 여야 3당 만장일치 추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23일 오전 10시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고 4당이 도출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했다.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을 시작으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만장일치 추인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손학규 대표 사퇴 문제로 내홍을 겪은 바른미래당은 오후까지 의총을 이어 갔다.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는 국민의당계 의원들과 반대하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합의안 추인을 위한 표결방식부터 충돌했다. 당헌에 명시된 의총 의결(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 방식과 주요 정책·법안 의결(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방식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표결로 ‘과반 찬성’으로 결정한 뒤 의총 시작 4시간여 만에 참석자 23명 중 찬성 12명, 반대 11명으로 가까스로 합의안 추인에 성공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과 민주주의 발전, 사법제도 개혁에서 바른미래당이 개혁정당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줬다”며 “바른미래당의 입장이 정해진 만큼 합의문에 따라 25일까지 패스트트랙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4당은 지난 22일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제한적 기소권을 부여한 공수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합의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여야 4당 합의문 추인에 대해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공수처 설치와 국민 중심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 개편이라는 두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첫 단추가 될 패스트트랙 추인을 완료했다”며 “국회 선거제·공수처 개혁입법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내부 진통 끝에 나온 추인이지만 민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미래를 위한 차선의 결정임을 확신한다”며 “비록 50%의 연동형 비례제이긴 하지만 여야 합의와 당내 추인으로 기득권·거대정당에만 유리한 현 선거제를 뜯어고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되겠어? 라는 냉소와 ‘반드시 막겠다’는 방해를 넘어 촛불민심의 열망을 담아 드디어 선거제 개혁이라는 열차가 출발했다”며 “선거제 개혁이 지역불균형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완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반대파·자유한국당 반발은 변수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했지만 바른미래당 반대파 의원들과 자유한국당 반발로 소관 상임위 패스트트랙 완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패스트트랙은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중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소속 여야 4당 의원은 총원 18명 가운데 각각 12명·11명이다. 의결정족수는 11명이다. 사개특위 여야 4당 의원 중 한 명이라도 이탈하면 패스트트랙은 어렵게 된다. 사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은 공수처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이에 김관영 원내대표는 “최종 합의안이 당에서 추인됐기 때문에 오신환 의원도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사개특위에 임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20대 국회는 없다”며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발하는 자유한국당은 이날 긴급의총을 열고 국회 보이콧을 예고했다. 황교안 대표는 패스트트랙 추진에 “거리로 나서야 한다면 거리로 나갈 것이고 청와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을 예고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을 뺀 모든 정당이 개혁의 열차에 올라타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데 자유한국당만 허공에 발길질하며 떠나는 열차를 욕하고 있다”며 “부디 소멸의 길로 들어서 자멸당이 되지 않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선거제는 합의에 의해 되는 것이 지금까지 관행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는 것이 최선”이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말하며 자유한국당에 합의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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