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신 변호사(원곡 법률사무소)

노동변호사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노동법률상담소를 개설하며 300건 넘는 노동사건을 담당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인권변호사의 대명사로 평가받는 고 조영래 변호사도 노동변호사로 불릴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불철주야 노동인권 향상을 위해 노동자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고 있는 변호사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모두 노동변호사라는 이름으로 불릴 사람들이다.

그런데 필자는 최근 낯선 노동변호사를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이주노동자를 대리하며 고용노동지청을 상대로 하는 소송을 진행 중인데, 상대방 서면 말미에 ‘노동변호사 ○○○’이라는 어색한 명의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노동관서 업무를 담당할 변호사들을 ‘노동변호사’라는 직위로 임용하고 있다(노동부는 법무부·법원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변호사가 근무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노동부는 노동변호사 채용에 관해 노동분쟁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노동행정 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그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즉 노동변호사들이 실제로 수행하는 업무는 지방관서를 대리하는 소송수행이며, 결국 노동자들의 소 제기에 맞서 노동부 혹은 지방노동청의 행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변하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소송수행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청 내부에서 노동분쟁 해결을 위한 역할도 한다. 다른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노동부에서 법률전문가로서 역할을 하는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자명하다.

그런데 자꾸 의문이 든다. 통일부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통일변호사’일까. 그럼 통계청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통계변호사’일까. 중앙행정기관에서 일한다고 해서 단순히 부처 명칭에 따라 직위명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보건복지부나 환경부 등 다른 기관에서는 ‘법률전문관’이라는 직위명을 사용하고 있는데. 특히나 ‘노동변호사’라는 이름이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의미를 모를 리 없는 고용노동부가.

게다가 노동부의 노동변호사들은 1년에 한 번씩 근로계약을 맺어야 하는 비정규 노동자다. 심지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적용도 받지 못한다. 근무한 지 2년이 지나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지 못하는 것이다. 신분이 불안하고 노동조건이 좋지 않다. 실제로 한 노동지청에서 일하던 변호사들이 모두 그만두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알고 나니 스스로 ‘노동변호사’라는 직위명을 작명하고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노동부에 묻고 싶다.

‘노동변호사’들이 처한 노동조건 개선부터 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리고 소속 변호사들의 직위명으로 자신들의 문제점을 눙치려 들지 말고 진짜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일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생각은 없냐고. 그러면 그러한 직위명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저절로 노동부의 변호사들을 ‘노동변호사’라고 불러 주지 않겠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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