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폭염이 지나간 흔적이 가리키는 것

기사승인 2019.08.08  08:00:01

공유
default_news_ad2

-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던 지난해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됐을 때 질병판정위원회를 통해 그 폭염의 충격을 알 수 있었다. 폭염과 명백한 관련성을 보이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동시적으로 상정됐다. 소규모 사업장의 청소·건설·제조업 노동자들이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온열질환자는 4천526명이고 이 중 48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는 병원이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질병관리본부 감시체계 시스템에 잡힌 수치일 뿐이다. 당연히 실제 수치는 훨씬 높을 것이다. 그 예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온열질환 진단코드로 등록된 환자는 같은 기간 2만4천351명이었다. 그리고 폭염에 의해 동반질환이 악화해 사망한 경우 온열질환 진단코드는 흔히 누락되므로 그 실제적 영향은 발견된 수치 이상임이 분명하다. 지난해 36명의 온열질환 산업재해와 4명의 산재사망으로 고용노동부를 통해 공지된 산재자료 역시 진단코드와 행정 시스템으로 드러날 수 있는 최소치일 것이다.

온열질환의 3분의 1 이상이 작업장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여러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폭염은 그 측정 결과가 전국에 공개돼 있고 명백하게 예방가능한 유해요인이다. 따라서 폭염에 의한 산재사망은 상식적인 대응이 잘 이뤄지지 않는 시스템의 문제를 방증한다. 지난해의 충격 이후 노동자 폭염 질환예방을 위한 노동부의 대응은 바뀐 것이 있을까? 노력이 있겠지만 제도·지침상으로 바뀐 것은 없다. 오히려 옥외작업자 작업 중지 권고기준을 섭씨 38도로, 지난해 가이드에 비해 3도 올렸다가 원래대로 원상복귀한 실정이다.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폭염일수가 감소한 자연이 준 다행스러운 차이일 뿐이다.

노동부는 6월부터 9월까지 물·그늘·휴식에 중점을 두고 열사병 예방수칙 준수를 위한 기획감독을 하고 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24조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적용한 과태료를 포함한다. 이 중 가장 핵심적인 수칙인 휴식시간은 폭염주의보(최고 기온 33도 이상이 2일 이상)시 시간당 10분, 폭염경보(최고기온 35도 이상이 2일 이상)시 시간당 15분으로 폭염예방 조치로는 부족하다. 이마저도 서울시가 7월1일부터 24일까지 180개 사업장을 확인한 결과 소규모 사업장의 상당수는 기본 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 비해 감독 강도를 높였을 수 있지만, 지난해처럼 폭염일수가 증가하면 어쩔 수 없이 그 한계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시간당 10~15분의 기본 휴식시간 외에 작업시간 제한과 작업중지에 대해서는 심한 폭염 상황에도 강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35도 이상에서는 오후 2~5시 옥외작업 중지를 권고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2005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권고 조치일 뿐이다. 2018년 민주노총 자료에 의하면 무더위 휴식제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건설노동자는 14.5%에 불과했다.

현재 지침인 일반기온을 기준으로 한 10~15분의 휴식시간은 그 효과도 미약할뿐더러 건강예방을 위한 근거도 불분명하다. 온열질환 발생의 위험은 일반기온보다는 상대습도·복사열·기류를 고려한 WBGT(습구·흑구온도지수, 기상청 제공 더위체감지수)가 예민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우리나라 연구에서는 WBGT로는 온열질환 위험이 높은 날이 많았으나, 일반기온으로는 폭염주의보 기준인 33도를 넘는 날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김양호 등, 2016).

WBGT를 이용한 휴게시간 강화와 작업시간 제한은 현재의 법으로도 적용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46조에 ‘유해위험 작업에 대한 근로시간의 제한’이 있으며, 이에 대한 시행령인 32조의8 3항에 ‘현저히 덥고 뜨거운 장소에서 하는 작업’이 명시돼 있다. 폭염시 옥외작업을 이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며, 이때 근로시간의 제한은 노동부 고시와 안전보건공단의 고열작업관리지침의 WBGT를 이용한 작업강도에 따른 작업 휴식비를 이용하면 된다. 이를 지침으로 사용하면 건설업과 같은 중작업의 경우 WBGT 30 이상일 경우 작업이 중지되며 WBGT 28 이상일 경우 매시간 50%의 휴식이 부여되면서 지침은 강화되고 생리적 근거에 근접하게 된다. 또 이 지침이 하도급과 소규모 현장에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WBGT 30 이상이거나 폭염 관련 증상이 발생한 경우 작업중지권을 부여해 작업제한을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폭염경보발생시 시에서 발주한 공사현장의 오후 실외작업을 중지했으며, 작업 중지에도 임금이 지급되도록 했다.

폭염에 의한 질환은 폭염일수가 늘어날수록 증가한다. 지난 37년간 폭염일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폭염에 대한 노동자 보호는 기상상황에 의존하는 단기적 점검으로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폭염이 지나간 안타까운 흔적이 이를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이선웅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