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노동자의 건강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 범위를 확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앉지 못하고 서서 대기자세를 유지하거나 고객용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유통업 종사자 건강권 증진과 노동환경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2015년 실시한 ‘유통업 서비스·판매 종사자 건강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70%는 가정과 사회생활을 고려하면 근무시간이 적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면세점과 백화점, 대형할인점에서 직원 휴게시설을 갖춘 비율은 모두 90%를 넘었지만 실제 근무하는 층에 휴게시설이 있는 비율은 50~60%에 그쳤다.

지난해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연구팀이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품 판매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하지정맥류·방광염 등 각종 신체질환이나 우울증을 겪는 비율이 일반인보다 2배에서 최대 6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월 2회)가 도입되고 지난해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가이드를 마련하는 등 유통업 노동환경 개선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유통업 종사자는 여전히 건강 악화와 쉴 권리 보장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올해 4월에는 백화점·면세점 고객용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판매노동자 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진정이 인권위에 접수됐다.

인권위는 공동휴식권과 24시간 이상 중단 없는 주휴를 보장받을 권리를 규정한 국제노동기구(ILO) 106호 협약을 고려해 유통업 노동자 건강권과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인권위는 산자부 장관에게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적용대상과 범위 확대 △휴게시설 등 노동자 작업환경 사항을 실태조사에 포함하고 ‘유통업 발전 기본계획’에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노동부 장관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세부기준 이행 현황 점검’ 조항 신설 △서서 대기자세 유지와 고객용 화장실 이용 금지 등 관행 점검·개선 △휴게시설 설치·세부기준, 미이행시 과태료 부과를 법제화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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