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8월 광복의 날. 깃발 세운 사람들이 비 내린 광장에 모여 자주와 평화를 곱씹었다. 일본의 경제도발을 규탄했다. 노, 아닌 건 아니라고 팻말 들어 외쳤다. 전쟁통이다. 무기는 경제였다. 문제는 경제라고 펜 가진 사람들이 연일 제목을 뽑는다. 약속이라도 한 듯, ‘이 와중에’가 붙는다. 반대 의견을 손쉽게 잠재우는 마법의 단어다. 주로 파업 앞에 붙는다. 벼랑 끝 위기 따위가 뒤에 붙어 거든다. 매국 낙인이 따른다. 이 틈에 피해기업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허용과 신규화학물질 인허가 기간 단축 방안이 나왔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유예 법안도 만지작거린다. 어렵게 일군 노동권은 이 와중에 뒷걸음질 친다. 파업하기 좋은 시절은 언제였나. 과로로 죽지 않고, 위험물질에 다치지 않는 일터를 요구하는 일은 언제까지 미뤄야 하나. 죽고 다치는 일터가 이미 전쟁통이었다. 그러나 단결을 무기 삼아 권리를 요구하는 일은 불온했다. 고통분담 묵은 얘기가 오늘 또 새롭다. 벼랑 끝에 몰려 위기를 겪는 건 헌법과 노동법에 새긴 노동권이다. 비 오는 광장에서 깃발 세워서 모인 노동자들이 노, 아닌 건 아니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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