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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하청 최말단 현대중공업 물량팀 이틀째 ‘도크 비우기’

기사승인 2020.03.13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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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삭감·사업자등록 요구에 항의행동 … 사상 첫 작업거부는 성공했을까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 건조부 물량팀 노동자들이 ‘임금삭감’과 ‘개인사업자 등록 강제’에 항의하며 12일로 이틀째 작업거부를 이어 갔다.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물량팀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작업거부 같은 항의행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원청과 하청업체의 입김에 휘둘리기 쉬운 하도급 고용구조의 최말단 노동자이자, 사용자와 노동자 경계선에 놓인 물량팀장들이 집단적으로 원·하청을 상대로 한 항의행동을 결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원·하청 책임 떠넘기기에 물량팀 800여명 작업거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지부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이날 현대중공업 건조 1·3·5부 물량팀 노동자 800여명은 이틀째 ‘도크 비우기’를 했다. 도크 비우기는 도크장에서 선체를 조립하는 건조부 물량팀이 작업을 거부하며 출근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물량팀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지부와 지회가 주최한 울산공장 정문 앞 출근투쟁에 참여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지회 관계자는 “그동안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본공)들이 단체행동을 한 적은 있었어도, 공장을 돌리는 핵심 주축인 물량팀이 직접 단체행동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더군다나 물량팀장들이 들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작은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물량팀은 조선소 협력업체와 노무계약을 맺고 작업장을 옮겨 다니며 일하기 때문에 이른바 협력업체 ‘블랙리스트’에 올라 찍힐 경우 일감을 못 받고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웬만해서는 작업을 거부하는 단체행동을 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물량팀 노동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현대중공업과 건조부 협력사 업체장들은 이례적으로 80여명의 물량팀장들을 소집해 일당 5천원 삭감을 통보했다. 한 달 근무일수를 평균 22일로 봤을 때 약 11만원이 삭감되는 것이다.

이들이 임금삭감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건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도록 강제하고, 물량팀원들의 4대 사회보험을 물량팀장이 책임지도록 한 부분이다.

물량팀장들이 사업자등록을 해 개인사업자가 돼 도급의 외형을 갖추면 원청으로서는 위험의 외주화를 개선한 것처럼 외부에 보여줄 수 있다. 게다가 4대 보험 가입을 기준으로 원청이 지급하는 명절귀향비·하기휴가비·성과금·격려금·학자금 등 하청업체 지원금 규모도 줄일 수 있다.

반면 물량팀장들은 사업자등록을 하면 세금폭탄은 물론 안전사고 책임을 떠안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201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대중공업 물량팀 관련 내용을 폭로한 뒤, 원청은 물량팀의 개인사업자 등록을 추진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구조조정과 기성금 삭감, 업체 폐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물량팀장들이 세금폭탄을 맞고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온 바 있다.

지회 관계자는 “물량팀장들은 자신들도 노동자인데 모든 책임을 떠안고 가야 한다는 점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이 모든 책임을 아래로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작업복귀하는 팀엔 임금 맞춰 줄게”

지난 9일 80여명의 물량팀장 중 64명은 대책회의를 열고 △임금삭감 철회 △직종별(취부·용접·사상) 단가 인상 △연장·야간·휴일수당 등 법정가산수당 지급 요구안을 확정하고, 현대중공업과 건조부 협력사협의회에 전달했다. 우선 1차로 1주일 작업거부를 결의했다. 이렇게 작업거부에 참여한 노동자가 8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회에 따르면 이틀간의 작업거부로 눈에 띄는 선박건조 공정 차질은 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 본공 노동자들과 작업거부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물량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외부에서 당장 신규인원을 데리고 올 수 없는 상황인 데다, 기술과 숙련을 필요로 하는 건조부(취부·용접·사상) 공정 특성상 다른 부서에서 필요인력을 끌어올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작업거부가 길어질 경우 뒷공정인 도장공정·진수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회 관계자는 “업체들이 ‘작업에 복귀하는 팀은 임금 단가를 맞춰 준다’거나 ‘일감을 몰아주겠다’는 회유와 압박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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