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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장서 본 코로나19 현재와 미래 ④] 인류 있는 곳에 고통이 있고 고통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다

기사승인 2020.03.26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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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숙 보건의료노조 대한적십자사본부지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고, 전문가들은 사태가 금세 진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감염병은 일상을 흔들고 생명까지 위협한다. 환자 지근거리에서 온몸으로 감염병과 맞섰던, 지금도 맞서고 있는 의료노동자들 눈에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어떻게 비쳤을까. 의료현장 노동자들이 실태와 과제를 보내왔다.<편집자>

 

정연숙 보건의료노조 대한적십자사본부지부장

헌혈은 사랑의 실천이고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행동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 사회는 집단감염 우려로 ‘물리적 거리 두기’를 장려하고 있다. 즉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활동 제한, 모임과 외출 자제 등으로 거리에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상점들은 휴무에 들어갔다. 그리고 혈액원을 찾는 헌혈자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평소라면 3월과 4월은 헌혈이 활성화하는 시기다. 하지만 혈액원 앞마당에는 기업체·학교·군부대 등 단체 헌혈 현장에 있어야 할 헌혈버스가 그대로 주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 이후 헌혈 참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헌혈은 전년 대비 3만4천395건 감소했다. 전국 혈액 재고 단계가 관심단계(재고 5일분 미만)에서 경계단계(재고 2일분 미만)로 격상되기도 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 지금도 단체 헌혈 취소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감소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오롯이 병상에서 수혈을 원하는 환우들에게 돌아간다. 혈액 부족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혈액원 노동자들은 여러 고충을 겪고 있다. 혈액원 노동자들은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헌혈자들을 상대하며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중국을 다녀왔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헌혈자만 문진을 철저히 시행하면 됐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나타나면서 철저한 소독과 개인위생으로 불안감과 공포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행여 감염에 노출된 헌혈자를 채혈해 혈액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내가 감염돼 가족들이나 동료에게 감염시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27일 한 혈액원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단체 헌혈 근무 후 코로나19에 감염돼 확진판정을 받았다. 어떤 언론에서는 혈액원 간호사가 코로나19의 전파자인 것처럼 부적절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당사자는 물론 해당 혈액원은 바이러스 전파 매개체로 낙인찍혀 헌혈 섭외에 애로를 겪고 있다.

또한 혈액 부족으로 인해 종일 폭주하는 전화를 응대하고, 감염예방을 위한 다양한 지침을 만들어 진행하며 각종 민원에 대응하다 보니 혈액원 해당 부서 본연의 업무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모두가 예민해지고 서로에게 지쳐 가고 있다.

여러 악조건에도 혈액원 노동자들은 안전한 헌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혈액원 직원들은 하루 두 번 발열 측정 등 건강을 체크하고, 매일 3회 이상 헌혈 현장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 채혈 현장의 대면 직원들은 모두가 사전에 검사를 시행해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한편 혈액원은 공적 마스크 공급 대상 기관에 포함되지 않아 마스크 수급에 애로사항이 많지만, 모든 대면 직원들은 KF94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만일 발생할 수도 있는 감염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헌혈은 생명을 구하는 고귀한 행위다. 혈액은 상품으로 이야기해서도 안 되고, 경제 논리로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 이제 우리 노동자들이 가진 연대의 힘을 보여줄 시기가 왔다. 우리 노동자들이 혈액 부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헌혈에 동참한다면 수혈이 필요한 환우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전국 혈액 보유 상황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헌혈 참여를 높이기 위해 각 사업장에 헌혈 후 공가 제도를 적극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헌혈 후 공가를 4시간 또는 8시간을 부여하면 효과가 좋을 것이다. 헌혈 동참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국가가 위기상황일 때 슬기롭게 극복하는 민족성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지금의 혈액 부족 상황도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헌혈의 필요성을 이해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

정연숙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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