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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세계-해고를 지원할 것인가, 제한할 것인가

기사승인 2020.04.0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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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코로나19 사태, 재난이다. 이 세상에선 결코 멈출 수 없는 자본의 탐욕이 불러오는 경제의 확장, 그것이 급속히 추락하게 되는 공황이 아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부채로 쌓아 온 성장이 이제 더는 안 되겠다고 깨닫고서 세계경제가 하강국면으로 곤두박질치게 된 것은 아니다. 수개월 전에 호주대륙을 휩쓴 산불처럼, 수년 전 동남아와 중국을 할퀸 태풍처럼, 지난해 4월 초 속초·고성 등을 불태웠던 동해안 산불처럼 경제 자체가 아닌 그 바깥에서 갑자기 덮친 재난이다. 재난에 대한 대책은 뻔하다. 재난이 닥쳤을 때에는 피해를 최대한 막아야 하고, 재난으로부터 입은 피해를 복구해야 한다.

2. 그런데 오늘 코로나19가 덮친 세상에선 대책이 같지 않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경기부양책을 보면, 유럽과 미국이 다르다고 보도되고 있다. 그중 노동자에 대해서 보자. 프랑스·독일·덴마크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노동자 급여를 지원해 경영악화에 따른 정리해고를 막는 방안을 선택한 반면, 미국은 해고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 대해 실업수당 지급을 높이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프랑스·독일·덴마크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 대한 실업수당을 지급치 않거나 그 액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미국과는 달리 기업의 경영악화에 따라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 수 있게 노동자 급여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음식점을 포함해 10명 미만을 고용한 사업장이 영업금지명령에 따라 폐쇄돼 직원들에게 급여를 줄 수 없게 되면, 정부의 실업급여 프로그램을 통해 평상 급여의 84%에서 최대 100%까지 지급된다. 자영업자나 농민은 물론, 변호사·회계사·통역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도 같은 혜택이 제공된다. 기업이 직원에게 월급을 줄 수 없게 되면 정부에 1인당 월 1천500유로(200만원 상당)의 보조금 신청할 수 있으며, 지방정부도 2천유로(267만원)까지 보조금 지급을 한다. 지난달 12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기업 파산에 대한 공포, 일자리 잃을 거라는 두려움,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이번 위기에 추가하지 않겠다”며 “기업과 노동자 보호를 위해 얼마의 비용이 들어도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대국민담화에서 밝혔다. 미국이 해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계를 지원하는 것이라면,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은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3. 사실 우리의 경우도 그렇다고 말할지 모른다. 프랑스 같은 유럽처럼 대한민국에서도 노동자가 해고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이다. 지난달 24일 비상경제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이 어려우면 고용 부분이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다”며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수준을 사업주가 지급하는 휴업(휴직)수당의 90%까지 상향하는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관광업 등 특별고용지원업종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우선지원대상기업에 한시적으로 90%가, 그 외 대규모기업에는 67%(3분의 2)가 휴업(휴직)수당에 대한 지원금으로 지급되게 된다. 여기까지 읽어보면, 우리도 프랑스에 비교할 만하다며 안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대상과 지원금 수준을 제외하고서 보더라도, 우리는 빈틈이 너무 많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2천735만명 중 1천352만명만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 취업자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취업자 절반 이상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지급금액을 높여도 해당 사항이 없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있는 학원강사·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직 220여만명과 음식점 같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개인사업자로 빠져 있다. 나아가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업장의 노동자라도 기간제 노동자인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되고 계약 해지돼 일자리를 잃고, 파견직 내지 용역 노동자는 파견·용역계약에 따라 수시로 사업장이 바뀌어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일자리를 보장받기 어렵다. 그리고 사내하청 노동자인 경우 원청의 사내도급계약 해지나 사내하청업체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는데 고용유지 지원제도로 이러한 사실상의 해고를 막기 어렵다. 그러니 긴급히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의 지급 대상과 규모를 확대한다고 해도 극히 일부의 일자리만 보호할 수 있을 뿐인 것이다. 이렇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는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4. 그런데 곰곰이 살펴보자.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재난이라면, 재난 대책을 마련해 대응하면 된다. 산불·태풍이 사업장을 덮쳤다고 노동자를 해고하고 사업장을 폐업하지 않는다. 정부의 대책은 그 피해를 신속히 복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서 피해 사업장이 정상 가동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무슨 나라식이니 하며, 코로나19가 덮친 오늘 세상은 해고하지 않을 수 있게 지원하거나 해고하면 지원하겠다고 제각각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코로나19 사태를 재난으로 보고 하는 대응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재난으로 본다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를 신속히 복구하는데 집중하면 된다. 노동자를 해고할 이유는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인 매출 부진이 발생하는 사업장에 대해선 국가가 지원하되,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일시적인 경영악화로는 해고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아예 국가의 지원과 고용유지를 결부시키는 대책을 마련해 집행할 필요가 있다. 이 나라처럼 빈틈이 많지 않아도, 프랑스·독일처럼 아무리 빈틈없이 국가가 해고하지 않도록 지원을 한다 해도 사용자가 해고하는 걸 막지 않으면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유럽처럼 노동자가 해고되는 걸 막기 위해 국가가 휴업수당을 대폭 지급해서 기업을 지원한다고 해도, 노동자 해고를 금지하지 않으면 조금의 부담이라도 지지 않으려고 사용자는 정리해고 등의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서, 사용자의 해고로부터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켜낼 수가 없게 된다. 정리해고를 위한 법은 있어도 정리해고를 금지하는 법은 없다. 코로나19가 휩쓸고 나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책은 올바른 것일 수 없다. 재난에 대한 대책은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 오늘 나라마다 온갖 금융과 재정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기업의 채권을 매입해주고 금리를 제로로 낮춰주고 자금을 지원해 주고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다하고 있다. 세금을 쏟아붓는 것일 수밖에 없고 결국은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정책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모두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재난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재난이 아닌 자연스런 경기순환에서 하강인 경제적 불황이라고 여긴다면 도태될 기업은 도태되도록 대책을 마련해 집행해야 했다. 불황과 공황에서 국가권력이 했던 정책은 언제나 그러했다. 결코 모조리 살리겠다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기업을 가려서 지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재난이라서 트럼프도, 마크롱도, 문재인도 할 수 있는 한 다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재난이 아니라면 변명이 될 수 없는 지원을 다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없었을 때처럼 복구하겠다고 다 지원하는 것인데, 거기서 노동자가 해고돼 일자릴 잃게 된다면, 코로나19는 노동자에겐 해고의 재난일 뿐이다. 노동자들에게 국가권력의 대책이란 자본을 위한 것일 뿐이다.

5. 오늘 유럽식이든 미국식이든 코로나19 재난으로부터 노동자의 해고를 제한하는 대책은 찾기 어렵다. 기업에 대한 지원이 노동자의 해고를 금지하는 지원은 아닌 것이다. 마치 경제불황기에 하는 대책처럼 기업살리기를 위한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 어중간한 자리에 있는 대한민국식이 있다. 아직까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이 나라 노동자들은 “일자리 잃을 거라는 두려움,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이번 위기에 추가하지 않겠다”고, “노동자 보호를 위해 얼마의 비용이 들어도 조치를 다할 것”이라는 담화를 듣지 못하고 있다. 오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떨치지 못한 채 대한민국 노동자는 코로나19의 위협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재난 아래서 노동자가 해고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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