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노인요양원 홈페이지 갈무리

“아들이 코로나19를 확진받아 속상하고 답답한데 어떻게 계약해지를 통보 할 수 있나요. 원장은 제 근무평가 점수가 낮아 계약연장을 할 수 없다던데 20여년 동안 일하면서 경위서 한 번 써 본 적 없어요.”

서울 강서구 천사노인요양원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요양보호사 ㄱ(64)씨가 계약만료일 5일을 앞둔 지난 25일 요양원에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아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1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간 ㄱ씨는 요양원에 찾아가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는 상태다.

30일 요양서비스노조 서울지부 천사노인요양원분회에 따르면 ㄱ씨를 포함한 촉탁직 노동자 두 명이 6월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최근 3개월 동안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계약이 해지된 노동자는 9명으로, 모두 노조 조합원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면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노조 확대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4월 천사노인요양원에는 전체 요양보호사 72명 중 62명이 노조에 가입했지만 현재 조합원은 47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ㄱ씨는 회사의 계약해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해지할 사유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ㄱ씨는 오랜 시간 문제 없이 이 요양원에서 일해 왔다. 2001년 처음 입사해 2011년 만 55세가 돼 정년퇴직했고, 2012년 1년 동안 일을 한 차례 쉬었지만 요양원 제안으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정년인 만 60세 이후부터는 촉탁직으로 6개월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 왔다. 천사노인요양원과 노조는 지난해 “정년은 만 60세로 하고, 업무의 강도와 건강검진(근무능력)을 통해 근무상태가 하락돼 계속 고용이 가능한 근로자에 한해 65세까지 촉탁직으로 재고용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천사노인요양원을 운영하는 천사복지재단측은 계약해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천사복지재단 관계자는 “내부 인사평가와 업무 상대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선·후배 갑질이 있었다고 신고가 들어왔고 위계실추 같은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은 곧잘 하셨고 못하지는 않았는데 자꾸 문제를 만들다 보니 회사가 이분과 함께할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ㄱ씨는 “그동안 근무태도가 불량하든 잘못이 있었다면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를 내리든지 했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며 “부당하고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ㄱ씨는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조영훈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오늘)는 “다른 근로자들은 대부분 계약이 갱신되고 있다”며 “단체협약에서 만 65세까지 고용보장 조항이 있는 점을 볼 때, ㄱ씨에게 갱신기대권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노무사는 “회사는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조는 회사 대표가 분회장에게 노조 탈퇴서를 내밀며, 탈퇴를 권유했다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재단을 지난 1월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은 5월25일 이 사건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81조4호(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했다. 남부지검은 지난 17일 수사 보강지시를 내린 상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