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제개발·조정위원회 회의 모습.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공립대 조교 등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설치하려 했던 국공립대위원회(가칭)가 보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사노위에 참여해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개정 여론을 조성하려던 국공립대 조교들의 시도도 일단 무산됐다.

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지난 4월께 경사노위는 전국국공립대조교노조(위원장 박형도)와 전국국공립대교수노조(위원장 남중웅)의 요구에 따라 의제개발·조정위원회에서 업종별위원회인 국공립대위 설치를 논의했다. 결과는 보류였다.

노조할 권리 요구하려 경사노위 참여 시도

역설적이게도 국공립대 조교가 노조를 설립할 수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조교는 교육공무원 신분이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특정직공무원이라,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노조를 만들었지만 설립신고가 반려됐다. 이 때문에 국공립대조교노조는 경사노위에 국공립대위를 설치하고, 법 개정 논의를 진행해 정부가 직접 국회에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내도록 유도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그런데 지난 4월 열린 경사노위 의제개발·조정위원회는 공무원노조법에 조교의 노조할 권리가 빠져 있고, 관련한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설치를 보류한 것이다.

박형도 위원장은 “노조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하려 했는데, 노조할 권리가 없다며 거절당한 셈이다”고 설명했다.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경사노위는 관련 논의를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이어 오고 있다. 설치 보류 결정 뒤 국공립대 조교와 경사노위 전문위원, 공익위원 등이 모여 국공립대위 설치 필요성을 점검하는 회의를 세 차례 열었다. 16일 4차 회의를 한다.

ILO 기준협약 노동 3법 처리 여부에 달려

그렇지만 논의에 가속도가 붙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포함해 3개 노동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국공립대 조교도 노조할 권리를 인정받는다. 이 상황에서 노동 3법 개정안 논의와 별개로 조교의 노조할 권리만 다룬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별도로 발의하거나 논의하긴 어렵다.

국립대조교노조와 함께 국공립대위 설치를 추진한 한국노총도 조속한 처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공무원노조법 개정안 처리와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7월 내 설치는 어렵고 연내 설치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국공립대 조교는 전국적으로 3천500여명 규모로 추산한다. 공부를 하면서 교수의 연구와 사무를 보조하는 인력이다. 엄밀히 말하면 학생인 셈이다. 그러나 대학 내에서 ‘을 중의 을’로 꼽힌다. 국공립대에선 이들에게 기간제 노동자에 준하는 업무를 떠넘기고 있다. 채용도 인력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1년 단위로 한다. 채용절차는 대학당국이 아닌 대학 내 연구소나 행정부처장 등이 담당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에선 국공립대 조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아 10년 넘게 일해도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하다. 문제가 발생해도 대학당국은 외면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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