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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최초’ 수식어 따라다닌 박원순표 노동정책

기사승인 2020.07.1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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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 앞두고 멈칫 … “정책 유지·발전 위한 논의 테이블 필요”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동존중 특별시’를 앞세우며 9년간 시정을 펼쳤던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박 시장은 올해 5월 양대 노총과 코로나19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하고, 2차 노동정책 기본계획 발표도 앞두고 있었다. 그런만큼 그가 추진 중이던 노동정책들이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매일노동뉴스>가 박원순 시장이 펴 왔던 서울시 노동정책을 평가해 보고, ‘포스트 박원순’ 시대 서울시 노동정책 전망과 방향을 짚어 봤다. 박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선한 것부터 시작해 내리 3선했다. 2015년 4월 “노동존중특별시”를 선언하고, ‘서울시 5개년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에는 노동자 권익 보호와 모범적 사용자 역할 정립이라는 정책 목표가 담겼다. 박 시장의 민선 7기 임기는 2022년 6월30일까지였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4월7일까지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서울시장 권한 대행체제가 유지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노동이사제, 타 지자체·중앙정부로 확산

박 시장은 각종 노동정책에는 ‘전국 지자체 최초’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박 시장 임기 동안 서울시 노동정책은 다른 지자체나 중앙정부 노동정책을 견인해 왔다. 서울시가 실험한 노동정책이 다른 지자체나 중앙정부로 확산된 사례도 많다. 박원순 시장이 첫 서울시장 당선 이후인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집권 이후 서울시의 정규직화 정책을 모델 삼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했다.

노동이사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의 경우 2016년 9월 노동이사제 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부터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에서 기관별로 노동이사를 선출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후 성남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가 노동이사제 조례를 제정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에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생활임금제도 2015년 서울시가 도입한 이후 전국으로 확산했다. 생활임금은 노동자가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박원순 시장은 지자체 최초로 노동특보도 임명해 시와 노사 간 노동정책 조정을 담당하게 하고, 노동전담부서인 고용노동국도 설치했다. 그밖에도 전국 최초로 서울노동권익센터 설치하고 서울시 노동정책 심의·자문 기구도 만들었다. 근로자 권리 보호 증진을 위한 조례,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집권 뒤 서울시 노동정책을 거의 다 수렴했다고 볼 수 있다”며 “여러 노동정책들이 대부분 최초”라고 평가했다.
 

▲ 자료사진 한국노총

신규사업 차질 우려 … “노동존중 기조 유지해야”

박원순 시장이 각종 노동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왔던 만큼 노동계는 그의 죽음에 박탈감을 보이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위기 공동대응과 관련해) 적극적인 노력을 함께해 보자고 하던 상황에서 비보를 들어 황망하다”며 “취약계층 노동자·사각지대 노동자들이 실업의 쓰나미가 오고 있는 곳에서 고용을 지켜내고, 비가 내릴 때 우산을 함께 쓸 수 있도록 그 정신을 민주노총과 서울시도 계속 이어서 실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추진해 온 노동정책이 계속 이어질 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박 시장이 새롭게 추진하려던 노동정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2차 노동정책 기본계획이 그렇다. 서울시는 올해 7~8월께 2차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기본계획엔 비정규직 정규직화같이 1차 계획의 연속선상에 있는 사업도 있지만 신규 사업도 있다. 신규사업은 적지 않은 예산을 필요로 하는 만큼 추진이 더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5월 2차 계획을 발표하려 했는데 코로나19로 미뤄졌다”며 “여당과 국회에 우군들이 많아서 기존 정책들이 크게 우려할 정도로 축소될 것 같진 않은데 신규사업은 더 잘 될지 더 축소될지 (전망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서정협 권한대행이 기존 노동정책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서정협 권한대행이 고 박 시장의 꿈들을 이어가겠다고 했으니 노동존중 특별시를 추구했던 기존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진 선임연구위원도 “서 권한대행이 박 시장의 철학을 잘 이해하는 분이고 전문성을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포스트 박원순 시대에도 노동계가 서울의 노동정책을 만들고 그게 또 중앙정부나 다른 지자체로 가도록 지혜를 모으는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원순 시장이 양대 노총과 지난 5월부터 추진하고 있던 코로나19 공동대응과 관련해서는 “톤 조절이 될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국민 고용보험같이 중앙정부와 연결된 것은 사업 추진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시 행정에서 풀 수 있는 것들은 진도를 나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양대 노총과 함께하기로 한 공동대응은 기존 시장과 한 것인 만큼 박원순 이후 학계·노동계·시민단체들이 모여서 시기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화두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임기제 형태로 고용됐던 노동정책자문관이 유지될 지도 주목된다. 임명권자인 고 박 시장이 없어 임기가 끝난 뒤에도 직책이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다. 노동정책자문관에 대해 “노동정책과 관련해 전문적 역량을 발휘하며 노동계·학계와 소통·창구 역할을 해 왔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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