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산재사망·재난참사 피해자 증언] “조심하지 그랬냐고 얘기하지 마세요”

기사승인 2020.08.13  08:00:02

공유
default_news_ad2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기자회견

   
▲ 최나영 기자

“니가 조심하지 그랬냐고 얘기하지 마세요. 멈추고 싶었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어. 살고 싶었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어. 아무도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 주지 않았잖아.”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 노동가수 지민주씨가 부른 노래엔 산업재해·재난참사를 당한 피해자들의 절규가 담겨 있다. 산업구조의 허점과 제도적 모순 때문에 일하다 숨졌지만 책임은 오롯이 피해자가 져야 하는 현실이다.

이날 산재사망·재난참사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을 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산재 피해자들은 처벌받지 않는 책임자와 개선되지 않는 노동현장을 지켜보는 고통 속에서 삶을 지속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재사고 발생시 기업과 기업주, 관련 공무원을 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운동본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국민동의청원 방식으로 발의해 올해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동안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제출할 수 있다. 동의는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받을 계획이다.

“일하다 확진 뒤 주홍글씨”
“사고 목격 뒤 우울증·가정불화" 


이날 산재사망·재난참사 피해자·유가족들은 “사고 이후 삶은 파괴됐고 고통은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쿠팡 부천 신선물류센터에서 첫 확진자 발생 사실을 듣지 못한 채 계속 일하다 확진 판정을 받았던 노동자 A씨는 자신을 “보건 전과자”라고 소개하며 “앞으로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지난 5월23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다수의 노동자들은 이 사실을 듣지 못한 채 계속 일했다. 결국 이곳에서 전파된 확진자가 152명이 됐다. A씨는 “확진 판정 뒤 폐쇄된 1인실 병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는데 하루하루 극심한 심리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며 “퇴원 후 집에서 가족들과 마주치기 꺼려져 자체 격리하고 있고, 요즘도 20층 아파트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 내려간다”고 털어놨다. A씨는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들을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삼척 삼표시멘트에서 일하는 김진영 민주노총 강원본부 동해삼척지부장도 “오늘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노동자는 아직까지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며 “원청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표시멘트 공장에서는 지난 5월13일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도 하청노동자가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3명이 같은 사업장에서 숨졌다.

김진영 지부장은 “지난 5월 혼자 멈춰 있던 설비를 정박하던 노동자가 기계벨트에 머리가 끼여 숨진 뒤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요구했지만 노동부는 형식적인 근로감독만 진행했다”며 “결국 3개월이 안 돼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똑같은 사고로 숨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표 자본과 노동부가 죽음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며 “강력히 처벌한다면 아마도 기업들이 안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 제정되면 피해자 회복 단초 마련될 것”

2017년 5월 발생한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사고를 목격한 노동자 김영환씨도 발언했다. 그는 “사고 뒤 매일 밤마다 악몽과 무기력증·우울감에 시달리고, 더 나아가서는 가정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해 가정불화를 겪고 있다”며 “진정한 고통을 끊으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완성돼 힘없는 노동자와 서민들의 방패막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에서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1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날 하효열 ‘사회활동가와 노동자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 집행위원장은 “산재 피해자들의 공통적인 요구는 진정 어린 사과와 책임규명·대책 마련이다”며 “이 중 하나도 안 될 때가 대부분인데, 이 세 가지를 담아 낼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제도를 확립하면 피해자가 심리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단초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