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와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전남동부지역 범시민대책위원회가 21일 오전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 냉연강판 제조업무를 수행하는 하청노동자들이 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1심 결론이 나오기까지 6년2개월이 걸렸다.

냉연강판 노동자 258명 소송 제기
25차례 법정 다툼 “원청 지휘·감독”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2부(재판장 임성철 부장판사)는 21일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A씨 등 258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퇴직(예정)자를 제외한 전원 승소다.

재판부는 “원고들을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 노동자가 아닌 원청 소속 정규직 노동자로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하청이 독립적인 장비나 조직을 갖추지 못했고,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의 지휘·명령을 받았다는 취지다.

A씨 등은 현대제철이 2015년 냉연강판 제조부문을 분할·합병한 순천공장의 사내하청업체에서 근무했다. 순천공장은 압연공정·전기아연도금공정·착색도장공정·차량경량화공정 등을 거쳐 냉연강판과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했다.

이들은 2010~2012년 사이에 각기 다른 7개 업체에 입사해 제품 포장, 물류, 기계정비, 차량경량화 공정, 크레인 운전, 전기장비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원청인 현대제철의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했다며 2016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A씨 등은 “입사일부터 2년이 지난 시점 이후에는 현대제철 근로자의 지위가 있어야 하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임금 차액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2년을 초과해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1심에서만 25여차례의 변론이 진행됐다. 재판에서는 △원청의 지휘·명령 △원청 사업에의 실질적인 편입 △하청의 권한 △하청의 독립적 기업조직·설비 여부 △하청의 업무 구별성·전문성 여부 등이 다퉈졌다.

노동자들은 원청 기술직 직원들이 업무 정보 기록시스템을 통해 구체적·개별적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지휘·감독했다고 주장했다. 긴급한 작업이나 불량이 발생할 경우에도 원청 직원들이 무전기·휴대전화 등으로 직접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작업자의 PC로 지시받아 생산시설에 완전히 편입됐고, 자동화 생산설비를 갖춘 체계로 인해 하청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1년 단위로 도급계약을 갱신하는 하청업체 특성상 독립되지도 않았다는 주장도 변론 과정에서 나왔다.

노동자 “불법파견 멍에 벗었다” 환영
1차 소송은 대법원 2년간 심리 중

재판부는 세 차례나 선고를 연기된 끝에 이날 A씨 등의 주장을 사실상 전부 받아들였다.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와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전남동부지역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와 가족에게는 불법파견·비정규직 멍에를 벗겨 줬고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희망이 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을 현대제철에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구성원 챙기기에 진심이라면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판결을 주저 없이 이행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이 있다”며 “서로 간 입장차가 있고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항소를 통해 소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를 둘러싼 불법파견 논란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1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 남았다. 2019년 11월 사측이 상고해 2년 넘게 심리 중이다.

한편 현대제철은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협력업체 노조와 교섭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현대제철측은 지난달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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