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여성복 매장 대표가 유일한 직원에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채 퇴직금을 주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가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표는 직원이 프리랜서에 불과하다며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분명히 선을 그었다.

기소되자 ‘프리랜서’ 주장, 법원 “구체적 지휘”

2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성복 매장 대표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인천 남동구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한 A씨는 유일한 직원인 B씨가 퇴사하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2019년 1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1년8개월간 일했는데도 A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조차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퇴직금 410여만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법정에서 B씨가 “프리랜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가 아니므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은 B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인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했다”며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매달 고정급(240만원)을 지급한 부분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A씨는 일정 매출액 초과시 매출 1천만원마다 30만원의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며 프리랜서의 징표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성과급 지급을 약정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B씨의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B씨가 이 같은 매출을 달성한 바가 없고, 실제로 피고인이 B씨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근무시간 ‘배려’ 주장에 법원 “자유로운 결정 아냐”

A씨의 지휘·감독 여부도 넉넉히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B씨는 근로기간 동안 고정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맞춰 근무했고, 피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임의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정해 자유롭게 업무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B씨는 피고인으로부터 업무에 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았고 출퇴근 및 휴가에 대해서도 사전에 승낙을 받았다”고 판시했다.

1심 판단에도 A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며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의 ‘고정성’을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B씨와의 협의를 통해 원칙적으로 근무일은 주 6일로,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정했다”며 “근무시간을 정하는 과정에 B씨 의사가 반영됐더라도 근무시간은 급여를 지급하는 피고인과의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고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의 ‘경제적인 우월한 지위’도 충분하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B씨가 근무시간을 잘 지키지 않았는데도 이를 묵인했으며 일부 일자에 쉬게 해 주기도 했고, 이는 배려 차원이었다고 진술했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호의로 배려를 했다고 해서 B씨가 근무시간을 자신의 의사로 자유롭게 결정한 것이라거나 B씨의 근로자 지위가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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