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4년 전 5월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비정규 노동자 열아홉 살 김군이 달리는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서울메트로 하청노동자였던 김군은 ‘정비기사는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계약조건 때문에 급히 구의역으로 갔지만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남은 시간은 10분 정도가 고작이었다. 2인1조 작업이 원칙이지만 그의 동료는 다른 곳에서 정비 중이었다. 김군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장애를 해결하고 28분 안에 을지로4가역으로 가야 했다. 시간에 쫓겨 구의역에 홀로 도착한 김군은 작업을 시작한 지 3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김군의 공구 가방에서 컵라면이 나왔을 때 그의 어머니는 “차라리 컵라면이라도 배불리 먹고 가지 그랬냐”며 목 놓아 울었다. 밥을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할 수밖에 없었던 참혹한 하청노동자의 삶이었다. 이후 4년이 흘렀다. 도시철도 노동자들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언제든지 제2의 김군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 9호선 2·3단계(신논현~중앙보훈병원)를 운영하는 서울메트로9호선운영㈜, 김포도시철도를 운영하는 김포골드라인㈜, 서해선 부천 소사~안산 원시 구간을 운영하는 소사원시운영㈜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회사다. 이들 회사는 서울교통공사와 3~5년마다 위수탁계약을 맺는다. 이들 회사 노동자들은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2인1조 근무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소사~원시 구간 12개 역 중 8개역사에 역무원은 1명뿐이다.

이 가운데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의 계약기간이 8월31일로 끝난다. 서울지하철 9호선의 안전과 공영화를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김군의 생일인 2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연다. 서울메트로9호선운영㈜ 계약만료에 맞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지방선거에서 공약했던 9호선 공영화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하는 자리다. 시민대책위는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가장 먼저 안전을 위한 예산과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민간위탁이라는 위험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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