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규모 상위 20대 기업의 전체 인원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지난 7년간 3.9%포인트 감소했다는 고용형태공시 결과가 실상은 정반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조조정·계열사 분리로 비정규직이 감소했는데 이런 특정 기업을 제외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오히려 0.4%포인트 증가했다는 것이다.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개선 노력을 유도할 목적으로 시행된 고용형태 공시제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수치만 보면 고용구조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3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이슈페이퍼 ‘고용형태공시제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이같이 밝혔다. 민주노동연구원이 고용형태공시제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규모 상위 20개 기업의 전체 인원 대비 비정규 노동자(기간제·간접고용) 비율은 2014년 35.4%에서 2020년 31.5%로 3.9%포인트 낮아졌다. 기간제과 간접고용 노동자는 같은 기간 각각 6천278명과 3만9천388명 줄었다.
수치만 보면 고용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간접고용이 축소된 기업은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KT·홈플러스다. 이 중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물량수주 감소로 인한 대대적 인력감축이 원인이었다. 민주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고용보험 피보험자 기준 조선업 종사자는 2015년 18만7천652명에서 2018년 말 10만7천667명으로 줄었다. 3년 사이 9만명(42.6%)이 줄어든 것이다.
KT는 계열사 분리 과정에서 간접고용 인원이 공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지표상 간접고용이 줄었다. 이슈페이퍼를 작성한 남우근 민주노동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은 “2014년과 2015년에는 (간접고용을) ‘소속 외 인력’으로 공시했다가 계열사로 분리해 공시 대상에서 제외한 탓”이라며 “(해당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KT의 업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T는 2015년 5월부터 현장영업·개통·AS·플라자 업무를 KT M&S·KT is를 비롯한 계열사에 위탁했다.

“구조조정·계열사 분리 기업 제외하면
7년간 비정규직 비율 외려 0.4%포인트 증가”


구조조정·계열사 분리로 비정규 노동자가 감소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KT 3개 기업을 제외하고 고용규모 상위 17개 기업 노동자수만 따로 집계해 보니 비정규 노동자 비율은 오히려 늘었다. 전체 인원 대비 기간제와 간접고용 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 노동자 비율이 0.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기간제는 5천447명 줄었고 간접고용 노동자는 2만3천58명 늘었다. 남 비상임연구위원은 “고용형태공시를 통한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구조 개선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공시제가 고용형태를 개선하도록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연관된 정책이 배치돼야 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RS) 준수에 대한 외적 압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슈페이퍼에는 실제 고용구조 개선을 통해 간접고용 노동자수가 줄어든 기업 사례도 실렸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의 오랜 투쟁으로 직접고용 전환을 이뤄 낸 결과 간접고용이 대폭 축소됐다. 현대자동차는 2014년 대비 올해 간접고용 인원을 4천883명 줄였다. 상용직은 5천658명 증가했다. 홈플러스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는 기간제 3천785명, 간접고용 3천462명이 줄었다. 상용직은 7천500명이 늘었다. 남 비상임연구위원은 “고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사합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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