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연대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금 추세라면 하루 최대 1천200명의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병상 확보가 ‘발등의 불’이 됐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민간병원 긴급동원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90%의 병상을 가진 민간병원을 동원하지 않고 공공병원만으로 지금의 위기를 넘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2025년까지 지방 공공병원 병상 5천개를 확충하겠다는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도 ‘말잔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중환자실 1만개 중 코로나19 환자 병상은 2%뿐

14일 오전 건강과대안·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무상의료운동본부·민주노총·보건의료노조·생명안전시민넷·사회단체연대회의·한국비정규노동센터·한국여성단체연합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감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대비해 병상 확보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정부가 귀담아 듣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가용할 병상을 동원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상 부족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지난 13일 2025년까지 지역에 공공병원 20곳을 신·증축하고 병상을 5천여개 확충하는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인력확보, 특히 의사인력 확보 내용은 빠져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날 코로나19 확진자는 1천30명으로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격리 치료 중인 환자(1만372명)와 위·중증 환자(179명) 역시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중환자 병상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현재 확보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전체 1만개 중 2%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13일 ‘수도권 긴급 의료대응 계획’을 통해 중환자 병상 287개를 포함해 1만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정부가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힌 1만개 병상 중 7천500개는 병상이 아닌 생활치료 시설이고 나머지 병상 2천260개는 중증환자를 볼 수 있는 병상이 아니다”며 “코로나19 환자가 2천명을 넘으면 의료시스템은 즉시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석균 공동대표는 “42개 병원에서 100병상씩 동원해 4천200개 병상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일반 환자 피해 이유로 코로나19 중환자 외면하는 민간병원

문제는 중환자 병실 90%를 가진 민간병원들이 “코로나19 중환자를 받으면 다른 일반 환자들에게 피해가 간다”며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병상 규모가 2천여개에 이르는 대형민간병원 상황을 보면 삼성서울병원은 6개, 세브란스병원은 5개, 서울아산병원은 3개만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운영 중이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코로나19 중환자용 병상 40개를 가동 중이지만 운영에 큰 문제는 없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의사 집단진료거부 당시 병상가동률이 50%까지 떨어졌다”며 “지금도 민간병원의 중환자 병실은 부족하지 않고, 긴급하지 않은 수술을 미루면 충분히 병상 확보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서울의 한 대형민간병원 노조 관계자도 “민간병원 병상이 차고 넘치는데 코로나19 환자를 못 받을 정도라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부에서 먼저 민간병원에 병상을 과감하게 요구해야 하는데 (의료계)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공공병원 이용하는 의료취약계층 치료받을 권리는?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면서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공백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일하다 손가락이 잘린 인간면역결핍(HIV) 환자가 그간 이용하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바뀐 탓에 치료를 못 받아 잘린 손가락을 들고 병원 20여곳을 전전하기도 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은 기존 저소득층, 취약계층 환자를 내보내야 했는데 이들을 지금 누가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그 생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공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환자들의 인권을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민간병원 중환자 병상 동원에 대한 긴급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민간병원이 지금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부가 먼저 나서서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고 손실 보전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여명을 오락가락하는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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