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10월24일 고용노동부에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전교조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 계획을 밝히는 모습. 대법원은 지난해 법외노조 통보를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2013년 10월24일 고용노동부에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전교조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 계획을 밝히는 모습. 대법원은 지난해 법외노조 통보를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대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판결에 따라 사문화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의 ‘노조 아님’ 통보 제도 개편을 준비한다. 그런데 설립한 노조에 설립신고서 반려사유가 발생하면 시정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남겨 둬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관청이 여전히 노조설립과 존속·활동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 조치여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과 배치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동부, ILO 기본협약 비준용 노조법 개정 후속조치

노동부는 17일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ILO 기본협약 비준을 목적으로 노조법을 개정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입법예고안은 단결권을 제한하는 노조 아님 통보 제도를 정비하고,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운용 심의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하게 된 데 따라 관련 규정을 손봤다.

우선 노동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됐던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을 손질했다. 설립된 노조가 행정관청의 시정요구를 받고도 설립신고서 반려사유를 바로잡지 않으면 노조 아님 통보를 한다는 내용이다.

노동계는 노조 설립·운영 전반을 노조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조항 전면삭제를 요구했다. 입법예고안에는 노조에 설립신고증 반려사유가 발생하면 행정관청이 30일 기간을 정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 아님 통보는 하지 않겠지만 시정요구는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노조가 시정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제재할 방안은 규정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어용노조 등 적법하지 않은 노조에 대한 정부 개입 여지를 남겨 두기 위해 조항 존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세 차례 이뤄진 노조 아님 통보 처분 중 어용노조를 이유로 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조에 스스로 결격사유를 개선할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두려는 조처”라며 “노조 아님 통보 제도는 사라지지만 설립신고서 반려 제도가 노조법에 규정돼 있어 시정요구는 남겨 뒀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은 ILO 기본협약과 충돌한다. 지난달 국회에서 비준한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에는 노조 대표자 선출과 노조활동, 사업수립 권리에 대해 공공기관은 어떠한 간섭도 삼간다고 명시돼 있다.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개정안은 여전히 행정관청이 시정요구를 존치해 노조의 자유로운 활동에 개입·간섭할 수 있어 87호 협약에 위반된다”며 “ILO 기본협약 정신에 맞춰 노조법으로 규정한 설립신고서 반려제도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노조법 추가 개정 계획은 전혀 없다”며 “설립신고제는 우리 노동법의 근간에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사회적 대화 등 장기적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종사근로자 조합원’ 개념 도입
창구단일화 과정 더 복잡해질 듯

7월6일 시행하는 개정 노조법에 따라 실업자·해고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사업장 내 노조활동과 임원·대의원 자격을 제한받는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도 실업자·해고자는 차별받는다. 조합원수를 산정할 때 기준이 기존에는 ‘조합원’이었으나 앞으로는 ‘종사근로자인 조합원’으로 하기로 했다. 입법예고안에도 이 같은 내용을 반영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법에 따라 타임오프 운용 방안을 정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노동부 산하에서 경사노위로 옮겨 가는데, 입법예고안에는 관련 세부 내용과 절차를 담았다. 경사노위원장이 심의위 위원을 위촉할 권한을 갖고, 전국적 규모의 노동·경제단체는 앞으로도 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

노사는 입법예고안에 비판적이다. 한국노총은 “노조설립의 자유와 교섭자치, 정부 개입의 최소화라는 ILO 기본협약 취지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입법예고안을 철회하고 결사의 자유 원칙에 맞게 법·제도 개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경총은 “비종사조합원 활동시 노조사무실 이외의 장소는 사용자의 사전 승인이 있을 때만 출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노동부는 다음달 26일까지 노사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행령 개정안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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