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노조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 앞에서 부동산 투기형 밀실매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난해 노사협약으로 정리해고 위기를 넘긴 밀레니엄 힐튼 서울호텔에 매각설이 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수 후보들도 거론되고 있지만 사측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노동자의 고용불안은 커지고 있다.

노동자 임금삭감 수용했는데 매각설

30일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노조(위원장 최대근)에 따르면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 중 한 곳이 이달초 호텔에 매입 의사를 밝혔다. 힐튼 서울호텔은 서울 중구 남산 인근에 위치해 교통 요충지로 꼽힌다. 호텔부지에 고급주택을 건설하겠다는 부동산 개발사들이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5성급 호텔 한 곳도 최근 매각 절차를 마쳐 매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노조가 매각설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조은선 노조 사무국장은 “과거에도 제기된 적 있는 매각설과 달리 이번에는 사측이 매각설을 정확히 부인하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노조가 최근 매각 논의에 관해 물었으나 ‘모른다’고 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 사무국장은 “매각설이 돌면서 고객도 폐업을 우려해 행사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며 “직원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힐튼 서울호텔은 지난해 7월 비정규직을 시작으로 한 정리해고로 논란이 일었다. 노사는 9월 임금삭감을 전제로 고용보장 협약을 체결해 정리해고를 막아 냈다. 올해 모든 직원은 임금을 10% 삭감했다. 내년에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8% 더 삭감한다.

힐튼호텔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매각 관련 최근 언론보도는 코로나19 호텔업 불황에 따른 추측성 보도”라며 “호텔을 소유한 법인의 본사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본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논의) 내용을 우리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매각설을 부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서울시·정부가 부동산 투기 막아 달라”

노조는 이날 오전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은 밀실매각과 부동산 투기형 매각을 중단하라” 고 밝혔다.

최대근 위원장은 “호텔 매각은 700여명에 이르는 노동자와 3천명에 달하는 가족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정부·국회·서울시가 부동산 개발을 전제한 매각 문제에 개입해 달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힐튼 서울호텔은 씨디엘호텔코리아가 소유하고 있다. 이 법인은 말레이시아 소재 외국기업인 CDL호텔의 완전자회사다. 본사가 외국법인이기 때문에 정보 획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노조가 정치권에 개입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이날 원내 정당 및 진보정당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호텔 매각과 관련해 보낸 질의서 답변을 공개했다. 호텔이 남산 고도지구(건축물 높이 제한)에 위치한 만큼 서울시장의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여겨서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노조 질의서에 답변하지 않았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와 송명숙 진보당 후보는 모두 “구조조정과 매각은 노사 간의 합의가 중요하다”며 호텔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투기 규제에 동의했다. 노조는 이들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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