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료 호출 서비스인 ‘프로멤버십’을 도입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택시기사에 무료로 콜을 중개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온 카카오모빌리티가 본격적으로 수익 확대에 나서면서 택시노동자와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택노련·전국민주택시노조·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프로멤버십 첫선을 보인 지난달 16일 “카카오는 독점적 지위를 악용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달 7일에는 국토교통부에 카카오모빌리티의 행보를 막을 적극적 행정조치와 법령정비를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는 등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화 움직임을 막기 위해 나섰다.

중개 서비스 유료화가 택시노동자 부담 가중은 물론 택시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018년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도입으로 택시노동자 4명이 분신했던 극한 갈등처럼 긴장감마저 감돈다. 11일 <매일노동뉴스>가 카카오모빌리티 유료멤버십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 봤다.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 심화”
“택시기사들에게 판단기회 주는 것”

프로멤버십은 무료로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던 택시기사가 월 9만9천원의 수수료를 내면 목적지까지 콜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목적지 부스터, 주변 콜 수요를 확인하는 기능 등을 제공한다. 프로멤버십에 가입한 택시노동자는 가입하지 않은 이들보다 더 빠르게 콜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돈을 내면 배차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기대감을 부추겨 택시기사들 사이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정된 콜을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에서 택시기사가 모두 가입할 경우 사실상 프로멤버십은 무의미해지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가입인원 제한을 두지 않아 이런 우려를 심화시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프로멤버십 첫 선을 보인 지난달 16일 선착순 2만명에 한정해 가입 인원을 모집했다. 하지만 같은달 31일 기사들의 가입 문의가 빗발친다는 이유로 인원 제한 없이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택시기사는 가입 첫 달은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첫 달 이후 6월30일까지는 5만9천원, 이후 정가 9만9천원을 내야 한다.

이헌영 전택노련 노사대책국장은 “카카오가 처음 택시시장에 진출할 때는 호출 중개는 무료로 제공하고, 다른 방식으로 별도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유료멤버십 도입은 중개콜 전체를 유료화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멤버십의 경우 모든 기사님들이 가입하는 것은 아니고 기사님마다 플랫폼 이용하는 형태도 다 다르다”며 “무료체험 기간을 통해 기사님들이 충분히 활용해 보고 나에게 맞는다, 안 맞는다를 판단하게 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전반적인 유료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유료멤버십 확산→요금인상 압박
승객도 비용 부담 늘 것” 우려

카카오모빌리티 프로멤버십 도입은 결국 요금인상 압박으로 이어져, 승객에게도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 생각이다. 김성한 민주택시노조 사무처장은 “(유료) 멤버십 무제한 가입을 받으며, 9만9천원짜리 유료콜이 되는 것”이라며 “택시기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면 곧 원가가 증가해 택시요금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택시요금은 택시정책위원회·시의회·물가대책심의위원회 등 지방자치단체의 엄격한 통제를 거쳐 결정된다. 하지만 비용이 증가하면 택시업계를 포함한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요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단 의미다. 장기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요금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힘을 행사하는 행위자가 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승객을 대상으로 유료화 서비스를 내놓을 수도 있다. 김성한 사무처장은 “중개요금은 사업자가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택시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도 받을 수 있다”며 “돈을 더 내는 승객에게 우선 호출해 주는 상품 출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달 8일 개정·시행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에 따르면 플랫폼중개사업자는 운송플랫폼 이용자에게 요금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8년 3월 4천~5천원의 이용료를 내면 인근 빈 택시를 즉시 강제 배차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하려다 철회한 적 있다. 당시 정부는 호출 수수료는 주간 1천원, 심야 2천원 범위 안에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택시 호출시장 독점이 공고화하면 택시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유료화 서비스를 도입할 가능성은 커진다.

가맹시장 장벽 쌓는 카카오
“일반 호출서비스 쓰려면 돈 내라”

택시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독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호출 중개 무료서비스로 이용객 2천800만명(앱 가입자 기준)을 모았고,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수많은 이용객·택시기사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점유율 굳히기에 나섰다.

타다 불법파견 논란 이후 경쟁이 불붙은 가맹택시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가맹택시 타다 라이트와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쏘카 자회사 VCNC와 KST모빌리티 등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업무제휴를 제안했다. 일반 호출을 받으려면 수수료를 내라는 것이다. ‘카카오T블루’가 아닌 타사 가맹택시가 무료로 호출중개앱 카카오T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카카로T블루를 제외한 가맹택시들은 자체 콜 수요만으로 운영이 불가해, 카카오T 중개서비스를 병행해 운영한다. 이달 1일 우버와 티맵모빌리티가 합작법인 우티(UT LCC)를 출범하면서 앞으로 경쟁은 더 심화할 전망이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선두주자 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은 미약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사업과 중개사업 모두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되면 택시기사의 노동환경·처우는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가맹·중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수수료를 내는 데 반해 서비스 이용 차별성은 서비스 이용자가 많으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김성한 민주택시노조 사무처장은 “사업장에 노사관계를 맡겨 놓은 채 (카카오모빌리티가) 중간 수수료 확보에만 심취하면 택시회사가 사납금에 의존해 온 것과 같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카카오T블루 가맹 수수료는 20%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점이 추가 제휴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면 이 중 16.7%를 되돌려준다. 업계에 따르면 제휴서비스 계약에는 안정적인 가맹서비스 호출 제공을 약속하는 내용과 택시업체가 전체 영업활동 정보를 카카오모빌리티측에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택시 사업장에서는 이미 카카오T블루 가맹 수수료를 택시회사와 기사가 나눠 부담하고 있다.

노동계 “정부가 독점 규제해야”

택시 4개 단체는 지난 7일 국토부에 “일방적인 택시 호출서비스 유료화에 대한 법령 정비 등 대책을 강구하고,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적 지위 남용과 횡포에 대해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해 달라”는 요구를 담은 공문을 보낸 상태다.

김성한 사무처장은 “4월8일 개정 여객자동차법이 시행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를 포함한 기업들이 모두 사업등록을 하며 사업계획과 요금 등을 신고해야 한다”며 “카카오 유료멤버십은 운수종사자(택시기사)에게 중개요금을 부담시킨 것으로 국토부가 이 부분을 감안해 법리를 해석하고 신고 수리 과정에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헌영 노사대책국장은 “현재 공정거래위에 카카오모빌리티 독점에 관해 조사를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현장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지는 처벌 조항은 없다”며 “국회에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계류 중인데, 모빌리티 관련 내용을 명확히 해 독점을 규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택시 4개 단체는 ‘콜 몰아주기’는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행위라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고, 조사가 진행 중이다.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에 콜 몰아주기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인위적 배차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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