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카카오택시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에 종사하는 디지털 노동자가 알고리즘과의 관계에 따라 임금을 포함한 처우가 계층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알고리즘이 노동자와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고용정보원의 ‘디지털 노동자의 계층화와 노동시장 이행’ 보고서에 따르면 모빌리티 서비스 디지털 노동자는 핵심부·주변부·경계부로 계층화하는 상황이다. 핵심부 디지털 노동자는 한국 사회에서도 손꼽히는 고임금을 받는 반면 경계부 노동자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부 → 주변부 → 경계부’
갈수록 나이들고 저임금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핵심부 노동자는 플랫폼 서비스를 기획하는 노동자다. 소프트웨어(SW) 개발자와 기획자·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다. 이들은 기업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신속하게 구현하기 위해 주로 한 팀으로 구성한다.

이와 달리 주변부 노동자는 핵심부 노동자가 개발한 알고리즘 서비스를 개선·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주로 사용자와 소통하면서 모빌리티 시스템 개선사항이나 필요한 기능을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핵심부 노동자에게 전달한다. 또는 경계부 노동자에 대한 관리 역할을 맡기도 한다. 경계부 노동자는 실제 서비스를 생산하는 주체다. 카카오T대리에서 대리운전 노동자가 이런 경계부 노동자에 속한다.

연구진은 “핵심부 노동자는 디지털 플랫폼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조직을 옮겨 다니며 숙련을 쌓고 자기 가치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국내 대표적 디지털 기업 한 곳의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A사는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를 하는 회사다.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핵심부 노동자가 속한 기업이다. A사는 운영 자회사와 생산 손자회사를 두고 서비스를 한다. 연구진은 운영 자회사를 주변부 노동자가 속한 것으로, 생산 손자회사를 경계부 노동자가 속한 것으로 파악하고 분석했다.

A사는 노동자 327명 가운데 30세 미만이 19.6%를, 30대가 67.3%를 차지하는 젊은 회사다. 40대 이상은 13.1%에 그쳤다. 운영 자회사는 16명 가운데 30세 미만 25%, 30대 56.3%다. 40대는 아예 없고 18.8%가 50세 이상이다. 생산 손자회사는 A사와 인적 구성이 가장 달랐다. 노동자 295명 가운데 30세 미만은 0.3%로, 30대는 1.4%로 극히 적었다. 40대도 11.5%에 그쳤다. 50세 이상이 85.8%로 절대 다수였다.

임금은 A사가 600만원대로 가장 높았고, 운영 자회사는 300만원대, 생산 손자회사는 100만원대로 나타났다. 핵심부·주변부·경계부에 속한 노동자 계층의 임금 격차를 보여준다.

알고리즘 지시에 종속된 경계부 노동자

이런 디지털 노동자의 계층화는 알고리즘에 대한 관계가 결정적이다. 연구진은 “핵심부 노동자에게 알고리즘은 생산물이지만 주변부 노동자에게 알고리즘은 관리와 개선의 대상이고, 경계부 노동자는 관계가 역전돼 알고리즘의 통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계부 노동자는 알고리즘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하다 보니 종속성이 강하다. 연구진은 “알고리즘에 노동과정이 통제되는 경계부 노동자의 고용관계는 매우 불안정하다”며 “노동조건과 처우를 규율하는 알고리즘의 통제 능력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의 진공상태를 내버려 두는 게 바람직한지 판단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