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에이스손배보험이 콜센터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이상을 줄 수 없다고 버티면서 임원진에게는 역대급 보수를 지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본사에 보낸 돈도 매년 수백억원 규모다.

사무금융노조는 4일 손해보험협회 정기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에이스손보가 지난해 등기·비등기 임원 32명에게 기본급과 성과급 같은 명목으로 53억2천660만원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20년 44억8천200만원과 비교해 19% 증가한 수치로 에이스손보가 1968년 국내에서 영업을 개시한 뒤 역대 최대 규모다.

임원 늘리고 당기순익 전액 본사에 송금

에이스손보는 최근 임원진을 계속 증원하고 있다. 2016년 12명이던 임원은 이듬해 23명으로 2배가량 늘었고, 2020년까지 20여명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32명으로 더 늘었다. 노조에 따르면 에이스손보의 임원 비율은 전 직원 대비 10.3%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이익금을 해외 본사로 보내는 이익송금도 2020년 441억원에 달했다. 에이스손보는 직전년도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이익송금 규모를 산정해 미국 처브그룹에 보낸다. 2020년에 보낸 이익송금은 전년도인 2019년 당기순이익이 기준이다. 노조에 따르면 2019년 에이스손보 당기순이익은 442억원이다. 2019년 당기순이익 거의 전액을 2020년 해외 본사에 보낸 셈이다.

이런 흐름은 앞서도 마찬가지다. 2018년 당기순이익으로 509억원을 번 에이스손보는 이듬해인 2019년 508억원을 본사에 송금했다. 노조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전액을 본사로 보내며 막대한 자본을 해외로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노동자 임금은 제자리다. 에이스손보 콜센터 상담원들은 올해 최저임금인 191만5천원을 기본급으로 받고 있다. 노조는 수백억원의 이익송금과 수십억원 규모의 경영진 보상에 비해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며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지부(지부장 조지훈)는 지난해 11월23일부터 임금교섭을 개시해 6차례 교섭을 에이스손보 하청업체와 진행했다. 그러나 하청업체는 최저임금 인상 이외에 다른 안을 내놓지 않았다. 지부는 지난 1월28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정 이후 쟁의권을 확보해 2월14일 1차 경고파업을 했다. 그러나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노조는 “지부의 1차 경고 파업 이후 한 달 반 동안 콜센터 노동자 저임금 문제 해결을 에이스손보에 요청했으나 상황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손보는 콜센터를 메타넷엠플랫폼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에이스손보는 하청업체 노동조건이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콜센터업계 평균임금 240만원인데
에이스손보는 202만원

에이스손보 콜센터 노동자들의 월 평균임금은 같은 업종 다른 사업장과 비교해도 낮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일 발표한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기준 콜센터 노동자 월 평균임금은 240만원이다. 이에 반해 에이스손보 콜센터 노동자의 2020년 2~9월 평균임금은 202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업종 노동자 평균의 84% 수준이다. 이익송금과 임원진 보수에 후한 에이스손보가 동종업계보다도 못한 콜센터 노동자 처우개선에는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조지훈 지부장은 “에이스손보는 국내 간접고용 노동자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원청이 사업비나 인건비를 인상하지 않으면 콜센터 노동자의 저임금은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부는 전면파업과 해외 원정투쟁, 산업안전보건 관련 국정감사 같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동자 처우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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