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 Car 홈페이지 갈무리

20년을 넘게 일해도 여성 지원직 노동자는 관리자로 승진할 수 없다. 국내 최대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K Car) 이야기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지원직 노동자는 전국 47개 지점에서 중고차 판매·매입시 각종 서류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의 노동은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없어선 안 되지만 지원직군은 채용부터 진급 과정, 임금까지도 영업직군과 차별받고 있다.

“20년 일해도 차장 … 부장은 ‘0’명”
승진 안 되니 저임금 못 벗어나

“일단 1년 (파견) 계약직으로 들어와 일하고, (회사가) 인력이 필요한 경우 1년을 더 연장해 줘요. 회사가 ‘이 사람 좀 별로다’ 하면 잘리고요. 2년째 또 한 번 정규직 시킬지 말지 평가하고 결정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요.”

정민아(가명)씨는 파견직으로 2년을 버틴 끝에 케이카 정규직 노동자가 됐다. 정규직 전환 여부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동료들 평가에 맘 졸이며 일하던 파견 시절은 끝났지만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일을 시킬 때 “야!” “너” 반말은 기본이고 욕을 섞으면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를 제기하면 “여자니깐 이런 것도 못 버틴다” “앉아서 사무직만 하는 애들은 이래서 안 된다”는 말이 돌아온다. 하지만 이런 고충을 털어놓을 상사는 없다. 정씨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니지만 누가 파견직으로 들어온다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런 탓일까. 파견직으로 일하는 지원직 노동자는 40여명인데 매해 10명 넘게 퇴사해 수시로 충원하고 있다.

지원직은 파견업체 소속으로 2년 일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반면 영업직은 케이카가 처음부터 직접고용한다. 통상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케이카의 지원직 노동자 120여명은 모두 여성인 반면 중고차 판매·매입을 담당하는 870여명의 영업직 노동자 중 여성은 단 한 명뿐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금속노조 케이카지회에 따르면 과거 지원직을 정규직으로 뽑던 적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정규직 채용은 사라졌다.

입사에서 시작된 여성 지원직 노동자 차별은 진급·임금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사원으로 입사한 영업직 노동자는 2년 차에 주임이 되지만, 지원직 노동자는 2년의 파견업체 시절을 견딘 뒤 입사해야 주임이 된다. 3년 차 때 사원에서 주임이 되는 셈이다.

여성 지원직 노동자는 유리천장에 막혀 더 높이 오르지 못한다. 20년 일해도 차장이다. 지원직 120여명 중 부장급은 한 명도 없다. 지원업무를 수행하다 CS(고객서비스) 업무를 맡게 돼 관리자(부서장 이상 직책)가 된 예외적인 사례가 유일하다.

진급 적체는 낮은 임금을 고착화한다. 원래도 지원직 1년차 임금은 영업직 연봉보다 100만원 정도 적다. 이 때문에 기본급을 토대로 지급하는 인센티브(IB)도 적다. 지원직과 본사 사무직원들의 경우 1년에 한 차례 업적·역량 평가(S·A·B·C등급)를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영업직은 매달 자동차 판매·매입 영업 이익률에 따라 인센티브(PI)를 받는다.

노동부가 꼽은 ‘고용 성차별 기업’

케이카의 고용상 성차별은 고용노동부도 인정했다. 노동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여성 고용 비율이 낮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33개사에 케이카도 포함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880명 중 여성노동자는 11.36%에 불과했고, 전체 관리자 66명 중 여성관리자는 2명(3.03%)뿐이었다.

구자균 노조 케이카지회장은 “여성 관리자가 CS팀장·마케팅팀장 딱 2명뿐”이라며 “지원팀의 경우 관리자 직책 자체가 없어 여성 직원들의 고충 처리가 잘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훈 부지회장은 “(지원직과 영업직의 경우) 하는 업무는 다르지만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인사평가도 같이 한다”며 “여성노동자만 파견으로 뽑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파견직 철폐와 지원직 진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이익 배상, 지원직 관리자 신설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수용하지 않으면 노동위원회에 고용상 성차별 시정 신청을 하고 소송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는 올해 5월19일 시행됐다. 노동위는 차별적 행위 중지와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 적절한 배상 등을 명령할 수 있다.

박준성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여성노동자들만 채용하는 직군을 고용형태를 달리해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것에 아무런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과거 정규직으로 고용되던 분들이었는데 인건비를 줄이거나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해 여성노동자에게만 차별적인 계약방식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 노무사는 “노동위원회에 (고용상 차별) 시정신청을 해도 회사가 시정하지 않으면 노동부에 고소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이카 사측 관계자는 “지원직 파견은 당사 내부 인사 기준에 따라 운영하고 있고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있다”며 “채용공고상 차별하는 부분이 없고 지원자 자체가 영업은 남성 지원자가 많고, 지원쪽은 여성 지원자가 많아서 지원에 비례해 고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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