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케이블·통신업 노동자 중 급여에서 실적급 비율이 높을수록 고정급으로 받는 노동자보다 업무상 사고 경험비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동자들은 “실적급 환경에서는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안전이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며 “고정급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증언했다.

실적급 높을수록 무리해서 작업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는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케이블·통신업 현장직 노동자의 임금체계, 고용형태와 노동안전’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노동건강연대와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희망연대본부에는 케이블·통신업 현장직 노동자가 가입한 지부가 9개다. 원청에 직접고용된 노동자들도 있고 통신사 자회사에 소속된 노동자, 하청업체와 일하는 노동자 등 고용형태는 각기 다르다. 이들 지부 조합원들은 주로 가구상품 개통과 수리·해지 등의 업무를 한다. 5개 지부는 작업량에 따라 실적급을 받는 ‘기본급+실적급’ 체계로 임금이 설계돼 있다. 나머지 4개 지부는 고정급만 받는다.

정지승 본부 조직국장은 “현장직 조합원의 평균 연령이 40대 후반으로 230만~260만원의 기본급만으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워 작업량을 늘리거나 초과근무를 늘리는 방법으로 실적급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실적급제하에서 노동자들은 실적급 기준을 넘기 위해 스스로 노동강도를 강화한다. 노동시간을 연장하거나 주어진 노동시간 내에서 더 많은 작업량을 수행하기 위해 노동안전보건 규정을 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실적급 체계에서 노동자들은 사고 경험이 높았다.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8월28일부터 9월13일까지 9개 지부 조합원 66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임금에서 실적급 비중이 높은 실적급 상위 50%는 174명 중 73명(42%)가 업무상 사고를 경험했다. 실적급 하위 50%는 182명 중 50명(38.4%)이, 실적급이 없는 93명 중에 34명(36.6%) 업무상 사고를 겪었다. 고정급제 207명 중에서는 59명(28.5%)이 일하다 다쳐 가장 적은 비중을 보였다.

“안전하지 않아도 급여 늘리려 작업 재촉”

현장 노동자의 증언도 조사 결과를 뒷받침했다.

기본급에 실적급을 더한 임금체계인 원동규 본부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실적급 기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급여 차이가 눈앞에 보이다 보니 당장 설치작업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더 많은 작업을 하기 위해 1시간 동안 하던 업무를 30분 만에 하게 된다”고 말했다. 원 수석부지부장은 “4년 전 부산에서 고객 창문으로 내린 케이블을 잡으려다 사망한 산재 사건도 실적급 조건에서 발생했다”며 “지부는 실적급보다 안전이 뒷전이 되지 않도록 고정급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케이블·통신업 노동자들의 산업안전 문제는 야외라는 작업환경 특성상 예측이 어렵지만, 급여체계와 같은 문제가 안전과 직결된 것으로 조사된 만큼 적극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성과급제야말로 노동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건강권에 가장 심각한 유해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며 “노동자가 작업중지를 결정할 권한, 작업중지에 따른 불이익 금지를 넘어 방문대기와 이동시간에 급여를 지급하는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장치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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