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가 20일 오전 경남 창원 한국산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

“두 번째 해고가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정말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김은형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 부지회장이 경남 창원 한국산연 앞에서 삭발식을 하고 이렇게 호소했다. 한국산연 노동자 16명은 2016년 생산부문 폐지로 정리해고됐다 복직한 뒤 20일 폐업으로 ‘두 번째 해고’됐다.

20일 한국산연지회에 따르면 지난 8일 노·사·민·정 대화 테이블이 마련됐지만 모회사 일본 산켄전기의 폐업 결정을 뒤집지는 못했다. 당시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 중재로 한국산연 노사와, 한국산연 청산철회 노동자생존권보장 경남대책위원회가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지만 사측이 폐업방침을 고수하면서 대화는 결렬됐다.

모회사 일본 산켄전기는 지난해 7월9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사회에서 한국산연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6년에도 한국산연은 생산부문 폐지로 30여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했다. 지회의 원정투쟁 등이 1년 넘게 이어지자 2017년 정리해고 철회·원직복직이 이뤄졌다.

지회는 한국산연이 2017년 정리해고 철회 이후에도 청산준비가 이어져 왔다고 보고 있다. 이후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2016년 정리해고 이후에도 외주화를 통한 대체생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회는 “한국산연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외주화하고 타기업에 몰래 빼돌려 한국산연에서 생산한 것처럼 위장해서 유럽으로 수출해 왔음이 확인됐다”며 “설비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사모펀드를 앞세워 EK라는 공장을 인수한 뒤 추가 투자계획까지 세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지회는 청산 철회를 위한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투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쟁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 폐업한 한국게이츠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가 200일 넘게 투쟁을 진행해 왔지만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사측의 압박 수위만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출입·청산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에 간접 강제금 1천만원 상당을 추가로 청구한 상태다. 채붕석 한국게이츠지회장은 “개인 사정으로 투쟁을 떠난 조합원을 대상으로 그간 손해금액을 일방적으로 감액한 뒤 퇴직 처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외투기업의 먹튀를 방지할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제도화 논의는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외국인투자 촉진법(외국인투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같은해 11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개정안에는 경제질서·고용안정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사항에는 외국인투자를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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