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노조 대표단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삼성그룹 노조 대표단은 금속노조 삼성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삼성웰스토리지회, 삼성지회 씨에스모터스분회, 삼성에스원노조, 삼성전자사무직노조(1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3노조), 전국사무연대노조 삼성화재애니카지부로 구성돼 있다. <어고은 기자>

삼성그룹이 근로자위원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거나 상임을 보장하는 식으로 노사협의회를 불법 운영·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노사협의회 운영규정상 협의사항으로 ‘노동쟁의 예방’을 포함한 계열사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에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명시된 것처럼 노사협의회를 일종의 노조 무력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영방침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임·무보수 원칙 위배 정황

22일 <매일노동뉴스>는 삼성그룹 노조 대표단이 낸 진정서·고소장을 통해 삼성그룹 계열사별 노사협의회 운영규정 내용을 확인했다. 삼성그룹이 노사협의회를 앞세워 노조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정황은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비롯해 노동자들 증언으로 제기돼 왔지만 구체적인 노사협의회 운영규정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캠퍼스 노사협의회 운영규정에는 ‘제4장 협의회의 임무’에서 생산성 향상과 성과배분, 사원의 채용과 배치 및 교육훈련을 비롯해 '노동쟁의 예방'이 협의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라 설치하는 노사 협의기구다. 노동쟁의 예방은 기구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부정하려는 위헌적 내용에 해당한다. 근로자참여법 5조에는 노조 단체교섭이나 그 밖의 모든 활동은 이 법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상임·무보수 원칙을 위배하는 정황도 파악됐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한마음협의회 운영규정에는 위원의 신분을 비상임·무보수로 한다고 하면서도 “필요한 여건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며 그 기준은 별도로 정한다”고 명시해 우회로를 열어 뒀다. 내부문건인 ‘삼성물산 21대 한마음협의회 근로자위원 활동지원 프로세스’에 따르면 근로자위원이 간담회나 사원 격려행사 등을 하고 이에 소요된 비용을 ‘개인경비’ 처리를 통해 회사의 결재를 거쳐 보전받는 것으로 돼 있다. 근로자위원이 경조사에 참석한 경우에도 축의금·조의금을 보전받는다. 사실상 보수지급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웰스토리 노사협의회 규정도 유사하다. 삼성웰스토리 한마음협의회 운영규정에는 “위원은 비상임·무보수로 한다. 단 회사는 협의회 활동에 필요한 여건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며 그 기준은 별도로 정한다”고 돼 있다. 삼성전자 구미캠퍼스 노사협의회의 경우 비상임·무보수 원칙마저 운영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 해당 규정에는 “사원측 위원 중 대표, 간사 그리고 대표가 지명한 1명에 대해 상근하도록 하며 상근 3명을 제외한 위원은 비상임으로 한다”고 돼 있다.

“업무상 배임 성립할 수 있어”
사측 “사실 아냐 … 교섭 성실히 진행”

삼성그룹 노조 대표단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노사협의회를 불법적으로 운영한 삼성에 시정명령을 내려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냈다. 서울경찰청에는 삼성물산·삼성웰스토리·삼성전자 대표이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서범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노사협의회에 회삿돈으로 금전적 지원을 한 것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노사관계가 불안정해지면서 발생하는 비용들을 감안했을 때 대표이사가 자신의 임무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삼성그룹 노조 대표단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노사협의회 불법운영 관련 제보를 하고 면담도 요청했지만 한 달 넘게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며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노조파괴 전략의 일환으로 운영돼 온 노사협의회에 대한 엄중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사협의회는 법률에 의거해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사무실 및 타임오프 등 노조 활동 보장은 물론 노조와도 단체교섭과 임금교섭을 성실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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