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는 지난 8일 오전 수원 장안구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물산이 지회의 교섭권을 인정하고 성실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료사진 금속노조>

삼성물산이 금속노조 삼성지회를 과반수노조로 공고하자 복수노조인 에버랜드노조가 노동위원회에 제기한 이의신청을 두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서로 관할이 아니라며 사건을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노위는 이관의 판단 근거로 삼성물산 사업부문 교섭단위 분리를 전제해 ‘월권’ 논란마저 제기된다.

12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삼성지회 간부와 서울지노위 관계자는 에버랜드노조가 제기한 과반수노조 이의신청 사건을 경기지노위로 이송한 것과 관련해 면담을 가졌다. 경기지노위는 지난 6일 “주된 사업장 소재지가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 확인됐다”며 서울지노위에 사건을 이송했는데, 서울지노위는 사흘 뒤인 지난 9일 다시 경기지노위로 사건을 넘겼다. 노조는 9일 “노동위원회에서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계속해서 사건의 관할을 변경하고 있다”며 서울지노위 위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경기→서울→경기’ 노동위끼리 떠넘기기

서울지노위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경기지노위로 이송한 이유를 “행정해석에 따라 사업장이 분리된다고 판단했다”며 “자세한 판단 근거에 대해서는 최종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와 면담 자리에서 고용노동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할 때 리조트부문에 따로 지급한 사실을 근거로 각 사업부문을 별도 교섭단위로 판단해 에버랜드 사업장이 있는 경기지노위가 관할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삼성물산 각 사업부문을 별도 교섭단위로 판단했을 때 교섭대표노조가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건설·상사·패션·리조트부문을 아우르게 됐다. 삼성지회는 현재 리조트뿐만 아니라 건설·패션·상사부문 직원들도 조합원에 포함돼 있다. 에버랜드노조는 리조트부문 노동자로만 구성돼 있다. 서울지노위 판단대로라면 과반수노조 이의신청에 대한 판정시 조합원수를 셀 때 삼성물산 전체가 아닌 리조트부문에 대해서만 판단하게 된다. 서울지노위가 해당 사건의 관할 기관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넘어, 실제 과반수노조 판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월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노조는 이의신청, 관할 따지다 교섭 지지부진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노조를 와해하겠다는 미래전략실의 계획과 목표에 따라 설립된 에버랜드노조는 법원에서 1·2기 위원장에 대한 유죄가 인정됐는데도 올해 또다시 교섭요구를 했다”며 “지회가 과반수노조가 돼도 에버랜드노조가 이의신청을 하고, 거기에 더해 노동위 관할 문제로 교섭은 한없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범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고용유지지원금과는 제도 자체의 취지가 다르고 애초 노조는 삼성물산을 대상으로 교섭요구를 한 것인데 서울지노위는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을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체결된 단체협약도 삼성물산 대표이사가 체결했고 단협 적용범위도 전체 노동자로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할 지노위 판단에 대한 공은 중앙노동위원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금속노조가 지난 9일 중노위에 사건을 관장하는 지노위를 지정해 달라는 취지의 신청서를 냈기 때문이다. 이르면 13일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25일 지회 조합원수가 22명으로 과반수노조라고 공고했다. 에버랜드노조는 같은달 30일 “삼성지회 조합원이 삼성물산 소속 노동자로 이뤄졌는지 확인을 요청한다”며 경기지노위에 과반수노조 이의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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