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전통신서비스노조 SK매직MC지부가 12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조설립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소희 기자>

신현화(45)씨는 SK매직 서울양천지국에서 5년째 일하는 가전제품 방문점검 노동자(MC·Magic Care)다. 고객 집을 방문해 비데·정수기·공기청정기 등을 점검한다. 신씨의 근무시간은 대중없다.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이르게는 아침 8시부터 늦게는 저녁 8시까지도 고객과의 약속 시간에 맞춰 일을 한다. 20킬로그램이 넘는 점검 가방을 짊어지다 보니 동료들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한 동료는 팔꿈치 관절이 파열돼 퇴사했다. 어깨근육이 파열된 동료, 무릎과 손목·손가락이 뒤틀려 일을 그만둔 동료도 있었다. 신씨도 일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2018년에 병원에서 관절염과 섬유근육통 진단을 받았다. 일을 시작하며 병을 얻었지만, 관리자인 조직장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서) 아마 산재가 안 될 것”이라고 해 여태껏 사비를 들여 치료해 왔다. 이전에 다친 동료들도 산재신청을 했다가 포기했다.

신씨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나날이 처우가 열악해지고 있다”며 “특수고용 노동자로서 회사의 여러 부당한 대우를 견디며 노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기본급도 없는데 영업수수료 ‘되물림’

가전제품 생산·렌탈업체 SK매직은 지난해 매출 1조원 돌파하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수십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가전렌탈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만큼 성장했지만, 고객과 직접 만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MC들은 열악한 처우를 토로한다.

MC는 매달 부여받는 계정(고객)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기본급은 없다. 월 영업건수 3건을 넘기면 통신·유류·식비 명목으로 월 15만원을 받을 수 있다. 수입은 계정수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가장 큰 문제는 ‘영업수수료 되물림’이다. 회사가 MC에게 지급한 수수료를 환수하는 제도다. 고객이 제품을 반환하거나, 렌털비가 연체되면 MC에게 지급한 영업수수료를 다음달에 빼간다. 회사는 고객에게 위약금도 받고, MC에게 지급한 수수료도 챙겨 손해 볼 일이 없다. 이렇게 회사가 ‘줬다 뺏는’ 영업수수료는 구간별 수당과도 연계돼 매달 최소 4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에 달할 때도 있다. 코웨이는 2019년 노조가 설립되면서 이를 문제 삼아 지난해 ‘되물림’제도가 대폭 개선됐다.

신현화씨는 “최일선에서 어렵게, 또 열심히 영업을 하지만 우리 노력과 상관없이 제품 반환을 이유로 수수료가 환수된다”며 “이 같은 되물림제도는 회사의 갑질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들 노조설립 “되물림제도 없앨 것”

현재 SK매직에는 3천200여명의 MC가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노조를 설립해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에 가입했다. 가전통신서비스노조 SK매직MC지부(지부장 이영진)는 12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조설립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서울노동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접수했다.

특수고용직 노조인 만큼 설립신고증을 받는 데까지 걸릴 시간과 교섭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동종업계 코웨이 방문점검노동자로 구성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코디코닥지부는 설립신고 103일 만인 지난해 5월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코디·코닥은 아직 교섭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다.

이영진 SK매직MC지부장은 “MC가 매달 받는 영업수수료 편차를 줄일 수 있게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고 주말·휴일의 법정 근로시간 외 근로를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며 “수수료 되물림제도 폐지와 같은 처우 개선을 회사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매직 관계자는 “MC들의 노조설립은 정당한 노동권리이므로 회사는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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